변화된 일상
다음 날, 인희는 따가운 여름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평소보다 화려한 옷을 골라 입고, 좀처럼 하지 않던 화장도 제법 공들였다. 거울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웃음이 났다.
"누구세요?"
스스로도 낯설 만큼 달라진 모습이었다.
며칠 전 경준이 편지와 함께 보내 준 공원 사진이 자꾸 마음에 남았다. 오늘은 자신도 그 풍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 경준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경준을 알게 된 뒤로 세상이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인희는 즉석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버스로 십여 분 거리에 있는 누리공원이었다.
버스 안에서 누군가 그녀를 힐끔 바라보며 소곤거렸다.
"화장이 영화 패왕별희 배우처럼 진해."
작은 웃음소리도 들렸지만 인희는 개의치 않았다. 오랜만에 얼굴에 색을 입힌 만큼, 오늘만은 조금 눈에 띄어도 괜찮았다.
공원에 들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가슴속까지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중년에 접어든 뒤 무료함과 권태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이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인희는 나무에 등을 살며시 기댔다.
푸른 하늘 위로 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갔다.
그녀는 손을 뻗어 솜사탕 같은 구름을 한 움큼 집어 입에 넣는 상상을 했다.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 가득 번지는 듯했다.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때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한 노인이 나무에 등을 기대고 몸을 긁적이며 등을 툭툭 부딪치고 있었다.
괜스레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인희도 나무에 등을 가볍게 기댔다.
그러자 작은 열매들이 우수수 떨어져 발치에 흩어졌다.
아플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꽃잎이 흩날리는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부도, 아내도 아니었다.
그저 자유를 만끽하는 한 사람이었다.
공원의 나무와 바람, 하늘과 구름까지 모두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인희는 그 풍경을 한 장 한 장 사진 속에 담았다.
가슴이 평소보다 크게 뛰었다.
오랜만에 살아 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진을 찍은 뒤 인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원을 맴돌았다. 분위기에 젖고, 꽃 색깔의 취해, 그러다 공원 중심에 있는 뾰족한 탑시계를 보고서야 때 늦은 시간임을 눈치챘다. 인희는 부랴부랴 집에 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 아저씨는 "연극공연하는 분이시군요." 하며 입을 뗐다. 아니라고 말하기도 뭐 해 인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도착지가 되어 바삐 내리고, 그리고 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오늘 찍은 사진을 넘겨보며 서둘러 사진을 정리하는 그녀. 오늘 찍은 사진을 당장이라도 경준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물론 소녀의 감성을 담은 사진이어야만 할 것이다. 일상의 해소 차원을 뛰어넘어 최고의 조력자가 되어줄 생각으로 어쩌면 경준에게 키다리아저씨가 아닌 키다리 아줌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어떠한 치부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인희. 그녀는 사진을 들고 곧장 이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사진을 이리저리 가다듬어 스캔을 해서 경준에게 ‘눈부신 하루’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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