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거나, 떠나거나

by대건

요즘 배송하는 물건들이 점점 커지고 무거워지고 있다. 무더위 때문인지 아이스박스에 담긴 상품이 부쩍 늘었고, 어디선가 이벤트라도 하는 건지 그 크기마저 나날이 커지는 느낌이다. 차에 물건을 실을 때마다 이전보다 확실히 부피가 늘었다는 걸 몸으로 느낀다. 예전에는 한 번에 두세 개씩 옮기던 자리에서 요즘은 하나를 옮기기도 벅찰 때가 많아졌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식들도 심상치 않다. 환율은 계속 오르고, 쿠팡의 독주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적자가 쌓이고 있는지 요즘 들어 직영 인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자주 눈에 띈다. 회의 때마다 나오는 이야기도, 현장에서 도는 소문도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장마철이면 회사는 늘어난 물량을 계약 기사들에게 나눠줬다. 비가 많이 오는 만큼 물건도 많았고, 그만큼 우리에게 돌아오는 몫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적자를 메꾸는 일이 더 급했던 건지, 물량을 나누기보다는 어떻게든 회사 안에서 소화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작년의 장마와 올해의 장마 사이에 회사의 사정이 그만큼 달라진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택배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도 요즘 부쩍 실감한다. 물량이 줄어드니 퇴근 시간은 예전보다 빨라졌다. 얼핏 보면 일이 편해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일찍 끝나는 하루가 반갑기보다 불안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물량이 많아 몸이 힘든 날보다, 물량이 없어 일찍 끝나는 날의 통장이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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