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처음에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인 줄도 몰랐다. 내가 배신자라니. 누구를 속인 적도, 남의 물량을 떠넘기고 달아난 적도 없다. 그저 팀을 옮겼을 뿐이다. 더 기다려도 달라질 게 없다고 판단했고, 정해진 절차를 밟아 이동했다. 그런데 그게 배신이라고 했다.
농담으로 웃어넘기면 될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듣고 나니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같이 웃어야 하나, 억울하다고 따져야 하나, 아니면 정말 미안한 사람처럼 고개라도 숙여야 하나. 이유는 대충 짐작했지만 대처법까지는 알지 못했다.
나는 빠져나왔고 그들은 남았다. 함께 불합리하다 말하고 같이 힘들어했던 사람이 어느 날 혼자 팀을 옮겼다. 게다가 옮긴 뒤의 환경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남은 이들 눈에는 어려움을 함께 견디다가 혼자 살길을 찾아 떠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남보다 나를 먼저 챙기기 시작한 게. 예전의 나였다면 쉽게 하지 못했을 행동이다. 누군가 서운해할 선택, 관계가 불편해질 요구, 모두가 참고 있으니 나도 참아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혼자 빠져나오는 일이었으니까.
그전에는 내가 조금 손해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불만을 꺼내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것보다 그냥 견디는 편이 나았고, 누군가의 기대를 저버리는 사람이 되기보다 내 불편을 뒤로 미루는 쪽이 익숙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그 선택의 결과를 나는 장마가 시작되고서야 실감했다.
비가 쏟아져도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젖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물론 그곳에도 나름의 애로사항은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스프링클러는 차에 닿을 듯 낮았고, 기둥에 가린 사각지대에서는 차량이 불쑥 튀어나왔다. 복잡하게 얽힌 통로에서는 방향을 잘못 잡아 같은 곳을 몇 번이고 돌기도 했다.
그래도 비는 덜 맞았다.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이전 팀에 남았다면 하루 종일 젖은 옷을 입고 다녔을 날에도, 나는 지하에서 물건을 정리할 수 있었다. 완전히 편하다고는 못해도 이전보다 나아진 환경임은 분명했다.
다음 날 오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전 팀 동료를 만났다. 아직 배송 전이라 누구의 옷도 젖지 않았지만 밖에는 이미 비가 내리고 있었다. 몇 시간 뒤 각자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형은 잘 옮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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