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털실 미로 12/16

조각보 왕이불

by마광훈

아이는 문틀을 잡고 엉엉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천둥소리마저 묻힐 지경이었다.


"할머니가 없어져? 밤에 자물쇠 잘 채우고 잤어?"


"아, 아저씨가...! 아저씨가 묶지 말고 그냥 자라고 했잖아요! 온 동네가 그물이라고, 안 묶고 자도 된다고 해서 오늘 처음으로 안 묶고 잤는데... 자다 깨보니까 할머니가 문 열고 나가버리셨어요! 어떡해... 비도 이렇게 많이 오는데... 우리 할머니 저수지 쪽으로 가셨으면 어떡해요!"


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흙탕물을 튀기며 오열했다.


아하, 사태의 전말이 파악되었다. 내가 낮에 선포했던 '메리노 울 미로'를 믿고 아이가 붉은 실을 풀고 잤는데, 그 틈을 타 치매 할머니가 빗속으로 탈출을 감행하신 거였다. 일반적인 어른이라면 당장 겉옷을 걸쳐 입고 마을 사람들을 깨워 수색대를 꾸렸겠지만, 나는 일반적인 어른이 아니라 자의식 과잉의 4차원 종이 인형이었다. 내 머릿속을 스친 첫 번째 생각은 할머니의 안위가 아니라, '나의 완벽한 미학적 결계가 뚫렸을 리 없다'는 예술가적 자존심이었다.


"야, 꼬맹아. 뚝 그쳐. 눈물에 있는 염분이 네 얼굴 다 상하게 한다고 낮에도 말했지? 그리고 넌 아직도 내 위대한 예술 작품을 의심하는 거니? 내가 낭성면에 쳐놓은 그 최고급 양털 미로는 개미 한 마리도 못 빠져나가는 완벽한 포스트모더니즘 감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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