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왕이불
뒤에서 아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허공에서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이게 바로 자연과 예술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내가 먼저 날아가서 할머니를 찾을 테니까 너는 털실이나 잘 따라와!"
비 맞으면 녹아내린다던 종이 인형의 처절하고도 하찮은 수중 추격전이, 그렇게 비자발적인 공중부양과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물리학자 뉴턴이 낭성면의 이 똥바람을 겪어보았다면, 필시 자신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전면 수정했을 것이다. 48.5킬로그램의 질량은 폭풍우 앞에서는 그저 커다란 낙엽, 아니 인간의 형상을 한 젖은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우와아아악!"
영국산 클래식 베이지 트렌치코트를 돛처럼 활짝 펼친 나는, 지면에서 한 뼘 정도 떠오른 채로 낭성면 비포장도로를 고속 주행(?)하고 있었다. 내 의지와는 완벽하게 무관한, 순도 100퍼센트 풍력 에너지에 의한 강제 활공이었다.
눈앞으로 이장님의 경운기가 휙 지나가고, 점방의 미닫이문이 비바람에 덜컹거리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 와중에도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가장 큰 공포는 '어디에 부딪힐까'가 아니라, '산성비가 내 정수리의 모낭 세포를 공격하고 있다'는 끔찍한 사실이었다.
"내 두피! 내 모낭! 이 동네는 왜 공기 청정 구역이 아닌 거야! 산성도 pH 4.5 이하의 비를 맞으면 탈모가 온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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