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왕이불
은하가 다가와 털실을 끙끙대며 풀기 시작했다. 아이의 작은 손이 차가운 빗물에 젖어 덜덜 떨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할머니를 잃어버렸다는 공포감과 비바람의 추위 속에서도, 나와 털실을 분리해 내기 위해 애쓰는 아이의 모습이 랜턴 불빛 아래 일렁였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울지 마. 네 눈물 섞인 콧물이 내 코트에 떨어지고 있잖아. 그리고 할머니 걱정도 하지 마. 창조주인 나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 완벽한 덫을, 치매 걸리신 할머니가 무슨 수로 돌파하셨겠어? 분명 이 근처 어딘가에서 푹신한 양털을 덮고 주무시고 계실 게 뻔해."
"정말요...? 진짜 우리 할머니 이 실 안에 있어요...?"
"내가 미학은 몰라도 내 작품의 물성은 확실히 알거든. 자, 얼른 이거 풀고 앞장서. 랜턴 바닥으로 잘 비추고. 내 첼시 부츠가 지렁이를 밟는 불상사는 막아야 하니까."
은하가 간신히 라벤더색 털실의 매듭을 풀어주자, 나는 진흙탕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48.5킬로그램의 몸에 물 먹은 코트와 진흙의 무게가 더해지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력의 묵직함'이라는 것을 느낄 지경이었다.
"자, 수색 재개다. 이 털실 라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간다. 낭성면의 무자비한 폭우도 전라도 황태자의 예술혼을 막을 수는 없지. 엣취!"
나는 멋지게 선언하다 말고 요란한 재채기를 터뜨렸다. 비바람 속에서 덜덜 떨리는 턱관절을 억지로 부여잡고, 나는 은하와 함께 알록달록한 메리노 울의 궤적을 따라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보 같은 종이 인형과 작은 아이의 처절한 야간 수색이, 그렇게 진흙탕을 튀기며 이어지고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낭성면의 밤거리는 지독하게 스산했다. 랜턴 불빛이 닿는 곳마다 빗방울이 사선으로 내리꽂히며 흙탕물을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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