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왕이불
"아저씨! 조심해요!"
"크흠... 이것도 계산된 퍼포먼스다. 메리노 울의 텐션을 테스트해 본 거야. 완벽하군. 굿 나잇이다, 꼬맹아."
나는 서둘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깃털처럼 가벼운 걸음걸이로 마을 회관을 향해 사라졌다. 뒤통수에 대고 은하가 조그맣게 "감사합니다..."라고 속삭인 것 같기도 했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산그늘 마을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수천 타래의 이탈리아산 최고급 털실이 온 동네를 부드럽게 옥죄고 있는 밤. 그날 밤, 은하는 1년 만에 처음으로 손목에 시뻘건 실을 묶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전라도 금수저가 쳐놓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포근한 거미줄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낭성면의 밤하늘이 기어이 사고를 쳤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봄비가, 그것도 아주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인 형태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회관의 낡은 양철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는 거의 공사장 소음 수준이었다. 타닥, 타다닥, 쾅! 나는 실크 안대를 집어 던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최고급 실크 파자마가 마을 회관 바닥의 눅눅한 습기를 머금어 기분 나쁘게 피부에 달라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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