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2절 :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것

HOPE : 희망이란 무엇인가 | 3장. 깊은 눈물에서 시작되는 치유

by마광훈

마당 평상 위에 놓인 찐 옥수수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노랗게 익어가는 들판의 향기와 갓 쪄낸 곡물의 달큰한 냄새가 뒤섞여 초가을 저녁의 공기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딸아이는 평상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옥수수 알을 하나씩 신중하게 떼어먹고 있었다. 한참을 오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아이가 입을 뗐다.


딸: “아빠, 오늘 체육관에서 같이 훈련하는 언니가 엄청 울었어. 새로 배우는 회전 동작이 계속 마음처럼 안 돼서 코치님한테 혼났거든. 언니가 우는데 내가 옆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아이는 손에 쥐고 있던 옥수수를 내려놓고는, 당시의 막막했던 기분이 다시 떠오른 듯 어깨를 움츠렸다.


딸: “가서 ‘언니 울지 마, 다음엔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위로해 줘야 할지, 아니면 창피할 테니까 그냥 모른 척 탈의실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됐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언니 기분이 안 나아질 것 같아서...”


아이의 고백은 타인의 아픔을 마주한 인간이 느끼는 가장 보편적이고도 깊은 무력감이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고통을 당장 멈추게 해주고 싶은 본능과, 내가 그 사람의 내면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해결해 줄 수 없다는 한계 사이의 괴리.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 잠시 후 대화를 이어갔다.


아빠: “그랬구나. 우리 딸이 그 언니를 정말 많이 좋아하고 걱정해서 그런 고민을 한 거야. 그런데 누군가 엉엉 울 만큼 아파할 때, 우리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이 뭔지 알아? 바로 ‘내가 저 사람의 슬픔을 당장 없애줘야 한다’는 생각이야.”


딸: “어? 아픈 걸 낫게 해주는 게 좋은 거 아니야? 무릎 까지면 약 발라주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도 기분 좋아지는 말을 해줘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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