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 희망이란 무엇인가 | 3장. 깊은 눈물에서 시작되는 치유
마당의 옥수수 대가 갈색으로 마르고, 그 너머 낭성면의 논들이 황금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처음 시골로 내려왔을 때만 해도 연둣빛으로 싱그럽던 풍경은 어느새 묵직한 가을의 무게를 머금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우리 가족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내의 얼굴에는 제법 생기가 돌았고, 아이들은 이곳의 흙과 바람에 익숙해져 피부가 조금 거칠어지긴 했지만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맑아졌다.
어느 늦은 오후, 나는 딸아이와 함께 우리 집 반려견 ‘둥이’를 데리고 동네 산바카라을 나섰다. 선선한 가을바람에 신이 난 둥이는 꼬리를 모터처럼 흔들며 앞장섰고, 둥이의 목줄을 야무지게 쥔 딸아이는 꺄르르 웃으며 그 뒤를 쫓아 뛰었다.
“둥이야, 천천히 가! 나 다리 아파!”
가을볕이 반짝이는 개울가 둑길을 신나게 달리던 중, 풀숲에서 펄쩍 뛰어오른 메뚜기에 놀란 둥이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그 바람에 스텝이 꼬인 아이가 ‘앗!’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풀밭 위로 철푸덕 넘어지고 말았다.
놀란 내가 서둘러 다가가자, 아이는 얼른 벌떡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툭툭 털었다. 살짝 긁힌 무릎이 쓰라린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으면서도, 아이는 입술을 꾹 깨물고 소매로 눈물을 벅벅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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