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PE : 희망이란 무엇인가 | 3장. 깊은 눈물에서 시작되는 치유
가을밤의 서늘함이 거실 창문을 타고 스며들자, 우리 가족은 거실 한복판에 둥글게 모여 앉았다. 아내가 말없이 우려낸 대추차에서 달큰하면서도 알싸한 향기가 피어올랐다. 노란 전등 빛 아래 마주 앉은 우리 세 사람의 그림자가 벽면에 길게 늘어졌다.
첫째와 둘째 딸아이는 이제 제법 자라 아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고, 아직 어린 막내아들은 안방에서 고요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아내는 차분한 표정으로 찻잔을 만질 뿐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 침묵 속에는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던 첫째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딸: “아빠, 아까 아빠가 그랬어. 엄마가 울었던 건 마음을 청소하는 중이었던 거라고. 그런데 엄마가 예전에 한참 동안 방에서 안 나오고 슬퍼했을 때 있잖아, 그때 엄마 마음속에는 어떤 먼지가 그렇게 많았던 거야? 혹시... 우리가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해서 생긴 거야?”
아이의 질문에 아내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아내는 차마 입을 떼지 못한 채 아이의 손을 자기 뺨에 가져다 대며 가만히 눈을 맞출 뿐이었다. 나는 아내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으며, 아내가 그동안 나에게 고백했던 그 아픈 기억들을 대신 꺼내어 아이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빠: “아니야, 얘야. 너희 탓은 전혀 없단다. 오히려 너희는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들이지. 다만, 엄마가 아빠에게 말해준 그때의 마음은 마치 아주 깊고 긴 겨울밤이 찾아온 것과 같았대. 너희들이 있고, 그토록 기다리던 막내 남동생까지 태어나서 세상 무엇보다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행복이 엄마를 짓누르는 거대한 바위 같았대. ‘내가 이 세 아이를 다 잘 키워낼 수 있을까’, ‘내가 실수해서 아이들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중압감이 매일 밤 엄마를 잠 못 들게 했던 거야.”
나는 아내의 곁에서 그녀의 가냘픈 손을 꼭 쥐었다. 독일 화학 회사에 재직하며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나는, 세상의 모든 현상이 논리와 연산으로 명쾌하게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셋째 아들을 낳은 뒤 아내의 눈동자에 고인 그 깊은 어둠은 어떤 알고리즘으로도 설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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