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장 : 털실 미로 9/16

조각보 왕이불

by마광훈

산그늘 마을은 그렇게, 나의 안하무인적 예술관과 거스를 수 없는 자본의 힘 앞에 서서히 형형색색의 거대한 그물망 속으로 잠식당하고 있었다.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부드러운 감금의 시작이었다.


만득이의 우직한 노동력 덕분에 '섀도 블루' 라인이 마을 중심부를 관통하기 시작했다. 이 우아하고도 차분한 푸른빛의 털실은 곽두팔 이장님의 경운기를 지나, 마침내 산그늘 마을 여론의 중심지이자 가십의 진원지인 '낭성 점방' 앞 평상에 도달했다.


"아니, 이게 다 먼 난리대유! 뉘가 남의 점방 앞을 이리 거미줄 맹키로 칭칭 감아논 겨!"


점방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리며, 마을의 빅마우스 오점례 아주머니가 등장했다. 그녀의 시그니처 아이템인 형광 핑크색 선캡과, 화려한 모란꽃이 만개한 냉장고 바지(일명 몸빼바지)가 나의 시신경을 강타했다.


나는 안락의자에서 우아하게 일어나 점방 쪽으로 걸어갔다. 물론 불어오는 산바람 때문에 걸어갔다기보다는 춤을 추듯 대각선으로 미끄러져 갔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만.


"아주머니! 스톱! 거기서 그대로 멈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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