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 털실 미로 7/16

조각보 왕이불

by마광훈

나는 전신주를 껴안듯 붙잡으며, 내 가벼운 체중을 원망하는 대신 이 동네의 열악한 인프라와 산바람을 원망했다. 전라도 금수저의 역사적인 마을 개조 프로젝트는, 이렇게 거꾸로 매달리고 바람에 날려가면서도, 나의 안하무인 뻔뻔함과 가족 카드의 한도 없는 위엄 덕분에 엉뚱한 방향으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노동이라는 것은 참으로 기묘한 행위다. 누군가에게는 신성한 땀방울이겠지만, 목포대학에서 미학을 가르치시는 어머니의 우아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내게 육체노동이란 그저 '중력과 마찰력이 빚어내는 시각적 촌극'에 불과했다. 특히나 48.5킬로그램이라는, 거의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내 고귀한 육신에게 육체노동은 관절의 파멸을 의미했다.


그래서 나는 자본주의가 발명해 낸 가장 위대한 시스템, '아웃소싱(Outsourcing)'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만득 씨! 거기가 아니죠! '섀도 블루' 컬러의 털실은 전신주 상단에서 45도 각도로 떨어지게 묶어야 공간의 입체감이 살아난다고요! 피트 몬드리안의 작품을 오마주 하는 느낌으로, 텐션을 좀 더 팽팽하게! 아, 그리고 손에 땀나면 실 상하니까 아까 제가 준 스위스제 핸드 로션 수시로 바르시고요!"


산그늘 마을 청년회장 만득이는 황소 같은 어깨를 들썩이며 전신주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거대한 등짝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지만, 내 아버지인 전남도지사의 무한대 한도 가족 카드가 뿜어내는 '일당 30만원'이라는 자본의 향기에 취해 군말 없이 알록달록한 털실을 묶고 있었다.


나는 전신주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 아래, 최고급 캠핑용 안락의자에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한 손에는 알프스산 미네랄워터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에 내려앉는 미세먼지를 쫓기 위해 실크 부채를 살랑살랑 부쳤다. 물론 바람이 조금만 강하게 불어도 의자째로 뒤로 넘어갈 뻔한 위기가 여러 번 있었지만, 나는 의자 다리에 무거운 비료 포대를 묶어두는 지혜를 발휘하여 177센티미터의 기럭지를 안전하게 방어 중이었다.


마을은 점점 거대하고 기괴한 뜨개질 공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파스텔 핑크, 민트 그린, 라벤더색 털실들이 거미줄처럼 마을의 허공을 가르고, 대문과 지붕, 심지어 버려진 경운기 바퀴까지 칭칭 감싸기 시작했다. 그 작은 소녀의 할머니가 밤중에 탈출하더라도 절대 이 색채의 미로를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마을 전체를 거대한 털실의 결계로 덮어버리는 위대한 작업이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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