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왕이불
그 거대한 벤츠 화물차들이 멈춰 선 곳은 다름 아닌 은하네 집 앞, 정확히는 어제 내가 서 있던 그 골목 어귀였다. 트럭 문이 열리고 검은색 유니폼을 쫙 빼입은 배송 기사들이 내리자, 나는 얼굴 절반을 가리는 톰 포드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쓴 채 우아하게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내 48.5킬로그램의 육신 위로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파리 컬렉션 신상 실크 로브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아, 기사님! 스톱! 스톱! 거기 바닥에 소똥 있어요! 벤츠 타이어에 소똥 묻히면 청담동 돌아가서 세차비가 더 나옵니다. 조심해서 내려주세요!"
나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손가락을 우아하게 흔들며 배송 기사들을 지휘했다. 기사들은 내 과장된 몸짓에 당황하면서도, 트럭 짐칸을 열고 끝도 없이 쌓인 거대한 종이상자들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곽두팔 이장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의 입술은 내가 어제 발라둔 명품 립밤 덕분에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야, 이 뼈다귀야! 이게 다 뭐여! 나라에서 수해 복구 물자라도 풀었냐? 뭔 박스가 이리 많아!"
"구호물자라니요, 이장님. 낭성면의 처참한 미적 수준을 구원할 이탈리아산 백신이라고 해두죠. 그리고 짐칸 쪽으로 너무 가지 마세요. 트럭 배기구에서 나오는 바람 맞으면 저 날아갑니다."
나는 실제로 화물차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에 몸이 휙 밀려나, 옆에 있던 전신주를 껴안듯 붙잡으며 대답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배송 기사 하나가 상자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다 실수로 테이프를 뜯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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