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3절 : 좌절은 희망의 거울이다

HOPE : 희망이란 무엇인가 | 2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이유

by마광훈

청주 내수읍의 한 체육관 앞에서 훈련을 마친 아이를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에게서는 쿰쿰한 땀 냄새와 섞인 매트의 먼지 냄새, 그리고 손바닥에 잔뜩 바른 하얀 탄산마그네슘 가루 냄새가 훅 끼쳤다. 평소 같으면 안전벨트를 매기가 무섭게 오늘 하루 체육관에서 있었던 일들을 쉴 새 없이 재잘거렸을 아이가, 오늘따라 창밖만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딸: “아빠... 실패가 마음의 근육을 키워준다고 했잖아. 근데... 계속 실패해서 마음이 아예 툭 부러져버리면 어떡해? 지난번 도대회에서 은메달 다섯 개 땄을 때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오늘 새로운 회전 동작 연습하다가 수십 번도 넘게 매트 위로 떨어졌어. 등에 식은땀이 나고 쿵 하고 부딪힐 때마다 눈앞이 깜깜해져서, 그냥 체조고 뭐고 다 꼴도 보기 싫어지더라. 아빠, 마음이 그렇게 캄캄하게 닫혀버릴 때도... 진짜 그 안에 희망이 같이 숨어 있는 거야?”


아이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마음이 툭 부러져버렸다'고 표현했다.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주는 속상함이 아니라, 간절히 원하던 것이 무너져 내렸을 때 찾아오는 묵직한 좌절감이었다. 나는 운전대를 잡은 채 룸미러 너머로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한 번 응시하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빠: “우리 딸, 오늘 매트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면서 정말 캄캄하고 무서웠겠구나. 우리는 마음이 그렇게 툭 부러지는 느낌을 ‘좌절’이라고 부르지. 좌절이 찾아오면, 내 마음속에 있던 희망이 어딘가로 멀리 도망쳐 버렸다고 생각하기 쉽단다. 그런데 아빠는 네가 오늘 그토록 깊게 좌절했다는 게, 역설적으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딸: “다행이라고? 난 속상해서 엉엉 울고 싶었는데 왜 다행이야?”


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신호가 걸려 차가 멈춰 선 틈을 타, 조수석에 앉은 아이의 하얀 가루 묻은 손을 내 큰 손으로 가만히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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