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레드 새틴 원피스

대체제 인생을 살던 여자

byLayla Lee
기획의도

항상 마음속에 가장 갖고 싶은 것의 모습을 그려가며 살던 여자가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의 마음에 그리던 정확한 모습의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늘 그와 얼추 비슷한 것, 그나마 괜찮은 것, 현실적인 것들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것은 어느새 선택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 되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하기보다, 가질 수 있는 것에 마음을 맞추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마음의 크기를 조금씩 줄여 갔고, 끝내는 자기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이 살았다.

어쩌면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남은 인생 이십여 년 대충 살아도 괜찮을 줄 알았다.

조금씩 포기하고, 조금씩 타협하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마흔 즈음이었다.

평생 처음으로,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만났다.

처음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아'가 아니라,

'아니, 이거여야만 해.'라고 생각한 것은.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흔적으로 남아 있는, 살아온 지난 40년이,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50년 보다 더 짧다는 것을.

앞으로 시작될 4,50년이 더 선명하게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곳에 아직 내가 걸어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남들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기준으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살면서 누구나 자신이 그리던 모습 그대로의 것들만을 선택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때로는 포기하고, 때로는 돌아가고, 때로는 대체제를 선택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마음속에 그리는 것이 없는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온전히 내 마음이 완벽히 원하는 것을 직접 선택해 본 경험이 있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남은 시간은 더 이상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시간이 된다.

어쩌면 삶의 의미는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갖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 본 기억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을 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란,

평생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진 삶이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대체제가 아닌, 진짜 내 마음을 선택해 본 삶인지도 모른다.


시놉시스

내가 원했던 건 은은하게 빛나는 다크 레드 새틴 원피스였다.

잘 익은 와인처럼 깊은 붉은빛의 새틴은 빛을 받을 때마다 과하지 않게 윤이 흐르고, 보드라운 결이 움직일 때마다 색감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목선은 단정하게 떨어지고, 소매 끝에는 폭이 좁은 레이스가 절제된 장식처럼 둘러져 있는. 허리는 몸을 타이트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감싸며 실루엣을 살렸고, 군더더기 없이 떨어지는 스커트는 걸을 때마다 조용히 흔들렸다.

화려해서가 아니라, 모든 비율과 디테일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원피스였다.

내가 원했던 건 정확히 그런 원피스였다.


물론 그런 원피스를 사 본 적도, 입어 본 적도 없다.

비슷한 것들은 있었다.

빨간색이면 됐고, 리본이 달려 있으면 됐고, 원피스면 됐다.

사람들은 다 똑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원했던 그런 원피스가 전혀 아니었다.


원피스를 살 때처럼

꿈꾸던 일도, 사랑도, 삶의 방향도 조금씩 현실과 타협했다.

그렇게 하나씩 '가능한 대체제'를 고르며 살아왔다.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 사는 무난한 인생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인생 어디에도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은 없었다는 사실을.

마음에 들지 않는 삶을 견디기 위해, 나는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방어하며 살아왔다.

대체품으로만 쌓인 삶은 결국 자기 자신도 대체 가능한 존재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그래서 인생도 쉽게 흘려보냈고, 행운이나 우연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마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하고 싶지 않은 것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평생 찾고 있었던 것은 무언가가 아니라,

'내 마음이 분명하게 원하는 것'이었다.

나는 마침내, 오랫동안 마음속에만 존재하던 그 다크 레드 새틴 원피스를 찾아냈다.

그것은 특별한 날 한 번 입고 마는 옷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삶을 함께할,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은 나 자신만의 취향이었다.

계속해서 삶에 영감을 주는 것.

영감으로 살아가는 여자에게 꼭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한다.



《다크 레드 새틴 원피스》는 원하는 것을 번번이 포기하며 살아온 한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을 믿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이야기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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