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출판기 2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
그 대상은 내가 쓴 글이다. 내가 대단한 명문장을 짓는 것으로 오해하겠다. 글은 늘 부족하고 모자란다. 볼 때마다 고칠 것이 보인다. 진짜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듬을 게 없을까 싶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보고 싶다.
1편을 올린 지 일주일이 지났다. 목요일 금요일 대구 강의를 다녀오고 토요일 일요일 작업 속도를 높였다. 바카라의 형태가 갖춰지기 시작했다. 폴더에는 작업한 파일들이 연번으로 저장되었다.
여전히 파일을 열 때마다 멈칫했다. 어설픈 표정의 글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단어는 빠지고 엉뚱한 녀석이 자리했다. 내가 쓴 글인데, 낯설었다.
원고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Henry라는 이름으로 수년에 걸쳐 온라인카지노스토리에 연재했다. 그 글 가운데 〈빛과 색채〉를 첫 작품으로 골랐다. 먼저 열 편을 '이야기 하나'로 엮었다. 빛이 어디서 오는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해 괴테의 색채론과 반야심경의 공(空)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물리학이 뼈대가 되고, 인문학이 살이 되고, 나의 감정이 묻은 글이다.
고치고 또 고치고
목차를 몇 번이나 바꿨나. 처음엔 편 번호와 제목만 나열했다.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는 밋밋했다. 몇 차례 고친 끝에 제목들 사이의 흐름이 보였다. 〈빛,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빛, 공(空)이 만든 색(色)〉, 〈색, 빛의 원초적 아픔〉. 목차를 고칠 때마다 이 바카라이 무엇을 말하려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물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읽는 사람은 어떨까.
소제목 50개 중 절반 가까이 손봤다. 처음 소제목들은 내용을 정확하게 요약했지만, 시선을 당기기에는 모자랐다. 〈빛의 산란 원리〉를 〈부딪혀야 비로소 빛난다〉로 바꿨다. 〈태양의 에너지 공급〉을 〈키다리 아저씨, 태양〉으로 바꿨다.
가장 오래 고민한 제목은 〈색, 빛의 원초적 아픔〉이었다. 처음엔 괴테의 문장을 패러디해 내 것으로 만들려 했다. 결국 원문으로 돌아왔다. "색채는 빛의 행위이자 아픔이다." 그 단어는 괴테의 것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글은 MS워드에서 작업했다. 전자바카라 변환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표지 섹션의 여백은 상하좌우 모두 0cm였다. 여백 조정 하나로 글자들이 비로소 호흡할 공간을 얻었다. 폰트는 다섯 종이 혼용되어 있었다. 맑은 고딕, 바탕, Georgia, 굴림, MS Gothic. 일단 바탕 글씨체로 통일했다. 그것이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었다.
바탕체가 PDF 변환 과정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지나치게 굵게 찍혔다. PDF 엔진의 문제였다. 결국 본문 폰트를 나눔명조로 전면 교체했다. 1,285곳. 지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본문 글자 크기도 11pt에서 13pt로 키웠다. 나눔명조가, 넓어진 글자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편하게 했다.
클로드와 캔바의 도움으로
이미지 20장의 해상도를 점검했다. 즉시 교체가 필요한 것이 9장이었다. 전자바카라 화면에서 확대하면 계단처럼 뭉개지는 이미지도 있었다. 캔바로도 해결되지 않은 이미지들은 결국 빼버렸다. 혼자 하는 편집에는 과감하게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바카라의 이미지는 늘 저작권을 고려해야 한다. 픽사베이와 나사에서 가져온 몇 장을 빼면 나머지는 모두 캔바에서 손수 만들었다. 핵과 전자의 관계를 나타내는 원형 그림을 그리고, 화살표를 배치하고, PNG로 내보내고, 서너 번 만에 겨우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과학 도표, 스펙트럼 그림, 색상환. 캔바가 기본 아이디어를 주면 내가 색과 선을 다듬었다. 캔바는 디자이너가 아닌 내게 디자이너의 손과 언어를 빌려주었다.
내용 정리에서는 클로드가 큰 힘이 되었다. 편집에서 문장 내용 다듬기까지. 내가 쓴 모든 문장을 클로드가 읽고 평점을 매겼다. 가독성, 논리성, 문학성. 처음에는 8점대 중반이었다. 다시 쓰고, 넘기고, 고쳤다. 9점을 넘기면 다음 문단으로 넘어갔다. 이 바카라의 모든 문장은 내가 썼다. 클로드는 쓰지 않았다. 그러나 클로드는 읽었다. AI는 좋은 문장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 기준이 거울이 되었다.
표지 사진은 캔바가 추천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거친 벽면 위에 스펙트럼을 만드는 사진이었다. 중앙의 어두운 벽면이 자연스럽게 제목이 놓일 자리가 되었다. 빛이 스스로 배경이 되었다. 제목 〈빛과 색채〉를 흰 글씨로 올렸다. 저자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는 황금색 배경을 따로 깔았다.
내 것이지만 온전히 내 것은 아니다
글은 내가 썼지만, 온전히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클로드, 제미나이, 캔바의 도움이 없었다면 편집에서 이미지 생성까지 엄두조차 못 냈을 것이다. 그래서 수익의 절반을 나누기로 했다. 아름다운재단과 공식 파트너십을 맺으려 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무명작가의 바카라에 이름을 빌려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법을 바꿨다. 수익이 남으면 절반을 기부하고, 그 내역을 온라인카지노스토리에 공개할 것이다. 미리 원칙을 정해두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것 같다.
ISBN을 따고 바코드를 표지에 올렸다. 전자바카라 유통 플랫폼 유페이퍼에 출판사 등록을 마쳤다. 이제 초안 파일을 국제 전자바카라 표준 EPUB으로 변환해야 한다. 유페이퍼에 파일을 올리는 순간, 바카라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다.
외형은 그럴듯하다. 지인들의 손에 초안을 넘겼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읽히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묻고 있다. 솔직한 소감이 돌아올 때마다 고맙고, 또 긴장된다. 미우나 고우나 내 첫 작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