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를 체감해 온 시간들
빈 화면엔 아직 아무것도 없었고, 그 하얀 공간은 마치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숲길처럼 깊고 불확실했다. 그러나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뭇가지가 살짝 젖혀지듯 작은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둑하고 발밑이 미끄러웠으며, 어디에 어떤 나무가 서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문장들이 서로를 찾지 못해 헤매기도 했고, 생각이 뒤엉켜 방향을 완전히 잃기도 했다. 그래도 한 줄, 또 한 줄을 이어 가다 보면 어느새 빛이 스며드는 곳이 나타났다. 그 빛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그저 한 문장이 다음 문장과 자연스럽게 맞닿는 작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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