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쓰고 다듬던, 하루가 글로써 뜨거웠던 나날들
방송국 스튜디오로 이어지는 긴 복도 끝, 서늘한 철문 너머로 사라지던 작가님의 뒷모습을 떠올릴 때가 있다.
슬롯 초년생이던 나는 방송 기자일을 막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온갖 사람과 소음이 얽혀 돌아가는 방송국이라는 거대한 바퀴 속. 1초 단위로 쪼개지는 뉴스 말마디의 무게, 방송 시작을 알리는 붉은 불빛 아래서 글을 쥐어짜 내야 하는 기자로서의 식은땀은 늘 속을 가볍게 타들어 가게 만들었다.
"아, 진짜 안 풀리네."
화면 안의 세상을 채우기 위해 정작 자기 속은 털어 넣은 사람이, 비어버린 껍데기를 안고 조용히 공기를 마시러 가는 그 뒷모습. 복도 끝 옥상 문 너머에서 작가님은 주머니 속 라이터를 '딸깍'거리며 한 개비의 담배에 불을 붙이곤 했다. 그분은 방송 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결의 글도 자유롭게 쓰시던 참 눈 밝은 글쟁이였다.
첫 머금음에 지친 한숨을 실어 보내고, 길게 뿜어내는 하얀 연기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간. 연기가 공기 중으로 피어오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몇 분 동안, 작가님은 '글'이라는 지독한 감옥에서 잠시 걸어 나와 완전한 남이 되어 있었던 느낌이랄까.
'지금 적어 넣은 이 첫 말마디가 맞는 걸까.'
'방송 나가기 전까지 이 말을 다 다듬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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