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와 남겨진 글
가끔 나는 조금 섬뜩한 상상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고인이 되어 버리는 상상.
사람들이 내 사진 앞에 조용히 모여 있고, 누군가 낮고 느린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는 장면.
국화 꽃향기가 은은히 퍼지고, 조문이 오가는 그 정적인 공간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울음과 동시에
바로 내가 남긴 글.
내가 죽은 뒤에도 남는 것은 결국 글이 아닐까.
예전에 써서 어딘가에 올려 둔 문장들,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은 채 혼자 남겨 둔 문장들, 일기장 깊숙이 숨겨 둔 문장들.
그것들이 나 대신 남아, 사람들 앞에서 천천히 말을 시작한다.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문장을 남기고 떠났다.”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는데, 글은 버젓이 살아남아 나를 대신한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 등 뒤를 서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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