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의심에서 확신으로
Too good to be true
(이렇게 좋을 리가 없어)
홍콩 유학 시절, 외국인 입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만난 문구다. 멋모르는 유학생들이 불법 아르바이트에 현혹되지 않도록, ‘비현실적으로 좋은 조건이라면 의심하라’라는 의미에서 사용된 말이었다. 그날의 교훈은 내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아직까지 사기나 스캠에 속지 않은 것도 그때 생긴 의심병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G가 처음 내 손을 잡기 전에도, 나는 그에게 이 말을 썼다. 너는 나에게 과분하다고. 그는 손사레를 쳤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원룸 월세를 사는 이혼녀인 내게 아무리 생각해도 미혼에 엔지니어인 그의 조건이 월등해 보였다. 그래서 그의 사소한 결함을 발견할 때면 나는 실망하기보다 안심했다. 낮은 자존감은 이토록 상냥할 가면을 쓰기도 하는 것이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난 상대라는 프레임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그점은 G도 마찬가지이지 않았을까?). 데이팅 앱을 통해 현실에서 마주한 첫 상대이고, 겹지인을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외국인인 데다가 서로의 모국어도 다르니 말이다.
앱에서 만나 뜻깊은 연애를 하거나 결혼에 이른 사례도 많지만, 암울한 풍문도 적지 않다. 양다리 정도면 귀여운 수준이고, 살면서 단 한 번도 겪고 싶지 않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도 허다하다. G와의 연애 사실과 만남의 계기를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백하자, 한 지인은 ‘FBI 마냥 검증하라’라고까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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