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바퀴벌레 소동
어떤 장소는 어떤 사람과 엮인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잔 사람과의 마지막 데이트장소가 명동 신세계 백화점이었다. 그는 중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으로, 미국 대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어쩌다 나에게 첫눈에 반했으며, 나는 홍콩에 있는 모교의 이혼한 교수님과 썸을 타던 중 서울에서 여름 학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와 나는 서로에게 해로운 상대였다. 그는 나이에 비해 이성 경험이 많아 보여 신뢰가 가지 않았고, 나는 짝사랑에 지쳐 잠시 그의 호감을 받아 주었을 뿐이니까.
단 한 번뿐이었던 그날 밤 이후 각자 술에 취해 서로에게 전화를 걸다, 문자를 퍼붓다 정신을 차리고 흐지부지되었는데, 관계의 깊이와는 상관없이 나는 한동안 명동 신세계 백화점을 기피했다. 슬픔보다는 수치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지금은 그도 그저 어디에선가 잘 살고 있기를 바랄 뿐이지만, 여전히 명동 신세계 백화점을 가면 프라다와 눅스에서 어머니 선물을 고르던 그 아이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했던 말이 “함께 상하이에 가자.”였는데, 어쩌다 보니 그 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하이에는 발을 딛지 못했다.
한편, 도쿄에는 도처에 전남편의 그림자가 있다. 이를테면 처음 소개팅을 했으며, 처음 부모님을 모시고 간 고급 스키야키 집, 가장 오래 함께 살았던 요코하마의 어느 역, 그리고 아타미.
온천과 불꽃놀이로 쇼와 시대에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날렸던 아타미는 <도쿄 근교를 산바카라합니다> 취재차 전남편과 몇 번이나 방문했다. 그 작은 도시를 함께 속속들이 함께 누볐는데, 그래서 G가 휴가지로 아타미를 제안했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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