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오로지 서로의 것
너의 속도에 맞출게.
G가 단단히 오해한 듯했다. '우리 언제 여행이라도 갈까? 한 3박 4일 정도 어때?'라는 그의 제안에 미안하지만 어렵겠다고, 당일치기는 어떻겠냐고 대답했을 때.
그의 속도에 제동을 걸 생각이 아니었다. 새해가 밝았을 무렵, 올해도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연인이 없으리라는 체념에 일찍이 연간 여행 계획을 전부 세워 놓은 탓이었다. 연차도, 여윳돈도 부족했다. 찌푸려진 내 표정에 그는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라고 안심시켰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다.
엇나간 그날의 대화를 묻어 둔 채, 여느 연인처럼 평범한 서로의 시간을 쌓아 갔다. 지진이나 태풍 소식에 가장 먼저 달려오는 그의 메시지를 읽을 때마다, ‘아, 내가 연애 중이구나’라는 자각이 들었다. 달갑고, 신성했다.
어느 날에는 히비야역 근처 고디바 카페에서 만나 핫초콜릿을 마시고, 히비야 공원을 걷고, 베트남 요리를 먹었다. 롯폰기역에서는 케이크로 유명한 하브스에서 과일 크레페를 먹고, 미드타운을 산바카라했다. G의 온라인 게임 동료와 함께 야키토리를 먹은 뒤, 둘이서 밤의 신사를 누빈 금요일 밤도 있었다. 또 어느 주말에는 에비스가든플레이스에서 마켓을 구경한 뒤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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