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고 있다고 믿지만, 기여하지는 않는 순간들
20년 가까이 한대협에서 수많은 대학생들을 만나왔다. 그중에는 스스로를 '아이디어뱅크', 이른바 '아뱅'이라고 부르며 회의 시간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회의가 시작되면 거의 빠짐없이 손을 들고, 어떤 주제든 의견을 덧붙이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경우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학생들 중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착각이 드러난다. 말을 많이 하면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본인은 분명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들보다 더 바카라임감 있게 행동하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조직에서의 평가는 다르게 흘러간다. 말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회의를 앞으로 밀어준 사람이 기억된다. 이 간극은 대부분 몇 가지 반복되는 순간에서 만들어진다.
첫 번째는 말은 많은데 유의미한 의견이 아닐 때다. 회의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착각이다. 계속 말을 하긴 하는데 결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이야기들, 이미 나온 내용을 반복하거나 핵심과는 조금 어긋난 의견을 덧붙이는 경우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래서 지금 이 말의 결론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말은 회의 시간에 생기는 공백을 메워줄지는 모르나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는 못한다. 조직에서 필요한 말은 단순하다. 방향을 제시하거나, 선택지를 정리하거나, 리스크를 짚어주는 말이다. 이 셋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말은 아무리 길어도 '기여'로는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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