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부. 무엇이 디자인을 죽였는가
13장
디자인이 아닌 것
경계를 긋는다는 것의 용기
나는 한때 디자인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브랜드를 만들고, 공간을 설계하고, 조직을 바꾸고,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디자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에게 자신감을 주었고, 실제로 내 경력을 열어주었다. 제품에서 브랜드로, 브랜드에서 비즈니스로 옮겨갈 때마다 나는 그 믿음의 사다리를 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자신감이 공허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계기는 사소했다. 한 모임에서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다른 컨설턴트보다 잘하는 게 정확히 뭐예요?" 악의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긴 답을 했다. 사용자 관점, 통합적 시각, 창의적 문제 해결. 말하면서 알았다. 이 단어들은 컨설턴트도, 기획자도, 마케터도 모두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단어들이라는 것을. 나는 디자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한 시간도 말할 수 있었지만, 디자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은 한 문장도 말하지 못했다.
디자인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은, 디자인이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다는 말과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의사가 "나는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그를 의사가 아니라 돌팔이라고 부른다. 전문성은 할 수 있는 것만큼이나 할 수 없는 것을 아는 데서 온다.
경계를 긋는다는 것은 후퇴가 아니다. 그것은 정직함이다. 이 장에서 나는 네 개의 경계선을 긋는다. 디자인이 자주 혼동되는, 그러나 디자인이 아닌 네 가지.
디자인은 마케팅이 아니다
마케팅은 이미 만들어진 것을 파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효과적으로, 더 빠르게 전달하는 것. 마케팅의 성공 지표는 명확하다. 도달률, 전환율, 매출.
디자인은 만들어질 것을 결정하는 일이다. 무엇이 존재해야 하는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순서로 말하면 디자인이 먼저고 마케팅이 나중이다. 마케팅은 메시지를 최적화한다. 디자인은 메시지 자체를 만든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 순서는 자주 뒤집힌다. 마케팅 캠페인이 먼저 정해지고, 디자이너는 그 캠페인의 배너를 만들고, 소셜 이미지를 만들고, 프로모션 포스터를 만든다. 이것이 나쁜 일은 아니다. 필요한 일이고, 잘하면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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