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야 할 문장

나는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14

by권비앤

사람들이 북적이는 카페에 들어와 혼자 앉았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온 여성들이 서너 명씩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혼자 조용히 바카라을 읽거나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마주 보는 테이블에는 한 여성이 노트를 펼쳐놓고 필기를 하고 있다.

주문한 커피를 가져와 한 모금 마신다.

아이가 수업 중이라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나갈 계획이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영화 제목을 입력하고 리뷰를 찾아본다.

극장에 가서 볼지, 조금 기다렸다가 집에서 볼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뒤에서는 엄마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명절에 가족과 함께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날 것인지 서로의 계획을 비교하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명절의 일정을 서로 듣고 농담 섞인 위로를 건넨다.

마주 보는 자리의 필기하는 여성은 계속 핸드폰의 시간을 확인한다.

누군가의 전화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조금 조급해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여유를 즐기는 장소가 누군가에게는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하는 고군분투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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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핸드폰을 터치한다.

생각난 김에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내 명절 계획을 의논한다.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있었는데 일정에 넣을 수 있는지 동선과 시간을 그려본다.

잠깐 고개를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필기하는 여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또 확인한다.

무슨 연락을 기다리는 걸까.

필기를 하는 중간중간에도 계속 시간을 확인하며 핸드폰을 바라본다.

뒷자리의 여성들은 여전히 활발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다 듣지는 않았지만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남편, 아이, 직업에 관한 고민들이다.

자주 모임에 참석해 서로의 불안을 나누면 위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와 다른 성격의 사람이 생각하는 조언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근본적인 해결바카라은 사람들과의 수다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데 있다.

그저 기분 전환으로 즐기기에는 시간 소비가 너무 많았던 기억이 있다.

한 시간쯤 흘러 나는 남편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아이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마침 필기하던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연락이 온 모양이었다.

전화를 끊은 후 필기를 멈추고 노트를 닫았다.

그런데 표정은 더 어두워졌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짐을 챙기며 생각했다.

그 여성은 연락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어쩌면 연락이 오지 않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를 때가 있다.

기다리는 듯 보여도 사실은 그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돌아보게 된다.

사람과의 관계도 필기와 닮았다. 꼭 필요한 문장은 남겨야 하지만 불필요한 단어는 지워야 한다.

덧붙이고, 지우고, 다시 쓰는 과정 속에서 결국 오래 남는 것은 꼭 필요한 문장일 것이다.

억지로 이어가기보다 남겨야 할 관계와 지워도 되는 관계를 알아가는 것.

마주 앉은 여성의 노트처럼, 나의 삶도 그렇게 기록된다.

관계는 문장처럼 남기도하고 때로는 지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내가 진심으로 필요로 했던 관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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