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16
여러 종류의 단톡방이 있다.
가족이 함께 있는 방도 있고, 온라인 게임이나 업무로 연결된 사람들의 방도 있다. 친구들과 안부를 나누는 방,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방도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알림이 떠오른다.
어떤 방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들어가게 되고 어떤 방은 필요할 때만 확인한다. 한동안 열어보지 않다가도 문득 궁금해져 들어가 보는 방도 있다.
그 안에는 적게는 네다섯 명부터 많게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각자의 생각을 쏟아낸다.
보통 단톡방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닉네임 뒤에 있는 실존 인물을 아는 곳과 서로의 실제 모습은 모른 채 닉네임으로만 연결된 곳이다.
실제 사람과 닉네임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공적인 관계인지 사적인 관계인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평소 그 사람이 맡고 있던 역할과 성향이 단톡방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계획을 세우고 사람들을 이끄는 사람이 있다. 그 계획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중간중간 챙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특별한 말 없이 그 흐름을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반면 서로의 실존 인물을 모른 채 닉네임으로만 만나는 단톡방에서는 사람들의 개성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개는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고, 무언가의 방향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누군가 혼자 분위기에 취해 이야기를 끌고 가려하면 다른 누군가가 현실적인 시선으로 제동을 건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평소에는 조용하던 누군가가 나서서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궁금하다. 때로는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대화를 읽고 흐름을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굳이 나서지는 않는다.
화면 너머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누군가는 동조하고, 누군가는 반박한다. 그렇게 말들이 오가며 관계가 만들어지고 때로는 흐트러졌다가 다시 정리되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다.
생각해 보면 단톡방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가장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말하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