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칼을 그대로 받아서 상대의 심장에 꽂아 버리는 완벽함
1억 원짜리 수표를 손에 쥔 태성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강남의 한 맞춤 정장 숍이었다.
"가장 비싸고 단정한 걸로 부탁합니다. 오늘 바로 입을 수 있게 맞춰 주십시오."
원단 감촉 하나, 바지 단의 길이 1밀리미터까지 정교하게 조율된 딥 네이비 슈트를 입자, 거울 속에는 더 이상 개 똥을 치우던 알바생 윤태성이 없었다. 완벽하게 세공된 칼날 같은 젊은 야심가만이 서 있었다.
태성은 곧바로 최 회장이 준비해 준 비공식 작업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최 회장이 사재를 털어 모은 베테랑 트레이더 3명과 법률 자문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친구가 회장님이 말씀하신 '특별 고문'인가?"
트레이더 팀장인 강민재가 기가 차다는 듯 태성을 훑었다. 명품 슈트를 입었지만, 손등에 남은 옅은 흉터와 영락없는 20대 청년의 얼굴. 금융가에서 뼈가 굵은 베테랑들의 눈에 태성은 낙하산으로 들어온 풋내기 피라미로 보일 뿐이었다.
"어이, 어린 친구. 숏 스퀴즈가 뭔지는 알고 말하는 거야? 공매도 세력이 친 덫을 역으로 치려면 최소 500억 이상의 현금이 실시간으로 꽂혀야 해. 어설프게 작전 짜다가 회장님 자금 다 녹아내린다고."
강 팀장의 빈정거림에도 태성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는 준비해 온 브리핑 보드 앞으로 걸어가 화이트보드에 크게 세 가지 이름을 적었다.
'김태진 이사', '블랙스톤 파트너스', 그리고 '네오바이오 2상 임상 완제 생산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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