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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들에 흰 양말이 편하다는 이유에 관하여

by황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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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들에 흰 양말이 편하다는 이유에 관하여

― 바나나의 배꼽인사


젊었을 땐 몰랐다.


샌들에 흰 양말 신은 아저씨들을 보면

왜 저렇게까지 편함을 추구하나 싶었다.


패션은 포기한 건가

거울은 안 보나

속으로 살짝 웃기도 했다.


그런데 중년이 되니

알겠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진화'였다.


발은 시원한데

양말은 땀을 잡아주고

뒤꿈치는 안 까지고


무엇보다

벗고 신기가 세상 편하다.


게다가

발톱 상태까지 남에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한번 그 조합을 경험하면

인간은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


처음엔

“잠깐 집 앞만…” 이었다가


어느 순간 마트도 가고

카페도 가고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자신감이 생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의 시선보다

내 발 편한 게 중요해지는 나이가 온다.


중년의 패션은


멋보다 기능이고

스타일보다는 생존에 가깝다.


허리 안 아픈 바지

발 편한 신발


주머니 많은 옷이

최신 유행보다 소중해진다.


그래서 오늘도


누군가는 당당히

샌들에 흰 양말을 신는다.


그건

패션 감각을 잃은 게 아니라


인생의 우선순위를

깨달은 사람의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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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눈물 많은 걷기 중독자. 복종에 익숙한 을. 평생 을로 살아갈 예정. 전 영화세상, 대전 씨네마떼크 컬트 대표. 전방위 무규칙 잡종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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