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돈 공부는 나를 되찾는 공부였다

by김온유

젊은 날의 10년은 법전을 끌어안고 살았다.

그리고 엄마가 된 뒤의 10년은, 통장과 지도를 끌어안고 살았다.


첫 번째 10년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줄 알았다. 합격증은 끝내 손에 쥐지 못했고, 결혼을 하자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변호사 남편 만났으니, 이제 인생 편하게 살면 되겠네."

아무렇지 않게 건넨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편하게 사는 것과 나답게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니까.

두 번째 10년이 끝나 갈 무렵에야 알았다. 두 개의 10년은 따로가 아니었다는 걸.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걸.


참 많이도 헤맸다. 지금의 내가 나를 찾기까지, 나라는 사람으로 바로 서기까지. 곧게 뻗은 길은 한 번도 없었다. 늘 돌아가고, 막히고, 다시 돌아 나와야 했다.

그 굽은 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끝에는 늘 돈이 있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담담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때의 나는 돈 앞에서 늘 작아지는 아이였다. 반장이 되어도 한턱을 낼 수 없는 집이었고, 형편에 맞춰 고등학교 진로를 바꿔야 했고, 고시 공부를 할 때는 늘 돈의 눈치를 보다가 주눅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 시절이 고맙다. 부족함 속에서 일찍 배운 돈의 무게 덕분일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천 원 한 장, 티끌 같은 돈의 힘을 가볍게 보지 않게 되었다.

법조인이 되겠다며 고시 공부로 헤맨 10년도 마찬가지다. 그 젊은 날의 방황은 한때 인생의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시간이 돈 공부의 발판이 되어 주었다. 오래 앉아 있는 힘, 모르는 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습관은 고스란히 돈 공부로 옮겨 갔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었다. 어린 날 주눅 들던 느낌, 돈 앞에서 작아지던 불안한 마음이 나를 저절로 다시 바카라상 앞으로 데려다 놓은 것 같다.


시작은 만삭의 몸으로 보러 간 공인중개사 시험이었다. 남들이 태교 음악을 들을 때, 나는 부동산 강의를 들었다. 그렇게 손에 쥔 자격증 한 장을 들고, 젖먹이 아이를 품에 끼고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 분양권을 사고, 경매로 낙찰을 받고, 이사를 여덟 번 다니며 어설프게나마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렇게 집값이 오르내리는 걸 지켜보다 보니, 문득 더 먼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남편의 월급이 반으로 줄던 날부터 마음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질문이 있었다. 우리 부부가 일을 놓는 날, 매달 무엇이 우리를 먹여 살릴까. 그 질문 끝에서 연금이라는 것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그리고 하나씩. 어둡기만 하던 돈에 대한 생각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수년간 쌓인 경제 공부는 어느새 나의 자산이 되어, 불안하기만 했던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던 그 10년을 정리해 보니, 돈을 대하는 일은 결국 네 칸으로 나뉘었다. 나는 이것을 ‘돈의 사분면’이라고 부른다.


잘 벌기 엄마도 자기 일을 가져야 한다.

잘 줄이기 새는 돈을 막아야 삶이 덜 흔들린다.

잘 불리기 작은 습관이 돈의 감각을 키운다.

잘 쓰기 돈은 결국 내가 원하는 삶에 쓰는 것이다.


벌기만 하고 새는 걸 모르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아끼기만 하고 불릴 줄 모르면 늘 제자리걸음이다. 그리고 쓰는 법을 모르면, 그렇게 모은 돈이 끝내 나를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한다. 네 칸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돈은 내 편이 된다. 이 바카라은 그 네 칸을 하나씩 걸어 온 내 이야기다.


1부 "잘 벌기"는 돈 앞에서 작아졌던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며, 엄마도 자기 일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닫기까지의 이야기다. 한턱을 못 낸 반장, "집에서 논다"는 말 앞에서 삼켰던 마음, 유축기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서야 했던 어느 날이 거기에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조금 더 잘하는 것이 만나는 곳에서 나만의 일을 찾아 가는 과정도 함께 담았다.


2부 "잘 줄이기"에서는 새는 돈을 막아야 삶이 덜 흔들린다는 걸, 텀블러 할인 몇백 원부터 배워 간다. 가계부, 알뜰폰, 체크카드처럼 오늘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습관들이다. 은행 창구에서 대포통장 주인으로 의심받은 웃지 못할 날도 있었다.


3부 "잘 불리기"는 돈 공부의 현장실습 같은 시간이다. 여덟 번의 이사, 어쩌다 받은 경매 낙찰, 로망에 홀려 덜컥 산 제주 애월의 풀빌라까지, 발로 뛰며 틀리고 배운 시간을 숨김없이 적었다. 연금저축으로 세금을 돌려받는 법, 호가창 앞에서 조마조마하는 대신 자동이체를 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4부 "잘 쓰기"는 돈이 결국 내가 원하는 삶에 쓰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고, 기록하고, 달리고, 마흔이 넘어 다시 신입생이 된 이야기들이 거기에 있다.


미리 말해 두지만, 이 바카라은 부자가 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지금도 배우는 중이고, 아직 부족한 것투성이다. 다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나라는 사람을 찾지 못해 헤매던 내가, 돈 공부를 통해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어디에서 살지, 무슨 일을 할지, 무엇을 배울지, 돈을 어디에 쓸지. 돈 공부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통장의 숫자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래서 이 바카라을 덮을 때쯤, 당신의 손에도 세 가지가 남았으면 좋겠다. 내 돈이 어디서 새고 있는지 알아보는 눈, 천 원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 그리고 내 삶을 내가 고를 수 있다는 믿음.


혹시 지금 돈 앞에서 불안한 사람이 있다면. 엄마로서 육아에 매달리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열심히 살았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람이 있다면. 이 바카라을 펼쳐 보면 좋겠다. 거창한 결심은 필요 없다.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나 역시, 그 작은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걸어왔다.


나는 오늘도 돈 공부를 하는 엄마다. 예전과 달라진 건, 이제는 그게 불안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참 많이도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덕분에 알게 된 이야기들이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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