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벌고, 잘 불리고, 잘 줄이고, 잘 쓰기
돈 공부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어떤 바카라은 무조건 아끼라고 했고, 어떤 바카라은 쓰는 것도 투자라고 했다. 누구는 부동산이 답이라고 했고, 누구는 주식이 답이라고 했다. 다 맞는 말 같은데, 그래서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다. 돈을 대하는 태도를 네 칸으로 나눠 보는 것. 잘 벌기, 잘 줄이기, 잘 불리기, 잘 쓰기. 이름을 붙이자면 '돈의 사분면'쯤 될까.
대단한 이론은 아니다. 나처럼 돈 앞에서 헤매던 사람이 길을 잃지 않으려고 그려 본, 나만의 작은 지도에 가깝다. 그래도 이렇게 나눠 놓고 보니 신기하게도, 내가 어느 칸에서 헤매고 있는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네 칸은 따로 놀지 않는다. 아무리 잘 벌어도 지출을 통제하지 못하면 늘 제자리걸음이다. 아무리 아껴도 불리는 힘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 그리고 벌고, 줄이고, 불리는 이 모든 일은 결국 잘 쓰기 위한 것이다. 네 칸이 균형 있게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돈은 내 편이 된다.
이번 장에서는 그 네 칸을 하나씩 열어 보려 한다. 정답이라기보다는,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해 왔다는 이야기로 들어주면 좋겠다.
1. 잘 벌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만나는 곳에, 내 일이 있다.
일단 벌이가 있으면 좋다. 매달 일정하게 들어오는 소득의 뿌리가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다. 본업이 있다면 그 안에서 더 잘 벌 방법부터 찾아보면 된다. 연봉 협상을 하거나, 관련 자격증을 따서 전문성을 높이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운 일을 찾거나 본업에 파이프라인을 하나 더 얹고 싶다면, 내 생각은 이렇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 그 둘의 교집합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건 내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부동산 아이쇼핑이 취미였다. 부동산 경매 사이트에 새 물건이 올라오면 남들 쇼핑몰 신상 구경하듯 들여다봤고, 지도를 펼쳐 놓고 이 동네 저 동네 시세를 비교하는 게 최저가 검색보다 훨씬 재밌었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을 만나 이야기할 때 전달력이 좋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판매에도 은근히 자신이 있었는데 마트나 백화점에서 단기 판촉 아르바이트를 할 때마다 지점 최고 매출을 찍곤 했었다.
좋아하는 부동산 구경,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말하기와 판매. 둘을 겹쳐 놓고 보니 그 교집합에 '부동산 중개'가 있었다.
그걸 알아챈 뒤에야 10년 동안 장롱 속에서 잠자던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다시 꺼냈다. 취미를 일로 옮기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억지로 새로운 걸 배우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이미 좋아하던 일이니 몰입이 빨랐고, 몰입한 시간만큼 실력이 붙었다.
요즘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를 찾는 시대다. 엄마들에게는 더 그렇다. 아이를 키우며 하루 여덟 시간을 통째로 내는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워도, 내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거리는 만들 수 있다. 요즘같이 개성이 중시되는 시대에, 각자만의 강점을 가진 다재다능한 엄마들이 얼마나 많은가, 조금만 고민해보면 남들이 만들어 놓은 일자리 대신 자신들만의 고유한 일거리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엄마도 자기 일을 가져야 한다고 내가 믿는 이유다.
그러니 생활의 균형이 무너질 만큼 거창한 부업을 찾아 헤매기 전에, 이 질문부터 해 보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뭐지? 그것을 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중에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자신 있고,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그 둘을 겹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일거리는 뭘까?
그 교집합을 찾는 순간부터, 근거 있는 자신감이 서서히 생기기 시작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이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을 수도 있다. 아이 키우고 살림하느라 내 취향 같은 건 잊고 산 지 오래라면 더 그렇다. 그럴 땐 거창하게 찾지 말고, 지금의 나를 가만히 관찰해 보면 좋겠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일은 뭔지. 휴대폰 검색 기록과 유튜브 알고리즘은 주로 뭘 보여 주는지. 가계부를 펼쳤을 때 이상하게 아깝지 않게 쓰는 돈은 어디로 가는지. 이상하게 자꾸 마음이 끌리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부동산 아이쇼핑을 '그냥 취미'라고만 여겼던 것처럼, 좋아하는 일은 대개 너무 익숙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남들보다 조금 나은 게 있긴 한데, 그걸로 돈을 벌기엔 아직 한참 부족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처음부터 돈이 될 만큼 잘할 필요는 없다. 남들보다 '조금 더'면 충분하다. 실력은 시작하고 나서 붙는다.
종이 한 장을 꺼내 왼쪽에는 좋아하는 것을, 오른쪽에는 조금이라도 자신 있는 것을 적어 보자. 조급해하지 말고, 오늘부터 나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좋겠다. 답은 대개 이미 내 일상 안에 있다.
2. 잘 줄이기
새는 돈을 막아야 삶이 덜 흔들린다.
재테크라고 하면 다들 버는 것과 불리는 것부터 떠올린다. 절약은 그냥 '아끼는 것' 정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절약은 그 자체로 훌륭한 재테크다. 소득을 갑자기 늘리기 어렵다면, 절약이라는 수비만으로도 자산은 얼마든지 모을 수 있다. 진짜 부자일수록 작은 돈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과시욕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그만큼 남는 돈이 생긴다.
내가 잘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세 가지다.
첫째, 측정하기
측정되지 않는 건 관리할 수 없다. 측정하기에 가장 좋은 도구는 가계부라고 생각한다.
가계부를 오래 쓰다 보면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싶어지고, 조금이라도 덜 쓴 날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보다 많이 쓴 날엔 '이래도 되나' 싶어 불안해지고, '안 써도 될 걸 괜히 썼네' 하고 후회도 한다. 그 마음이 쌓여 조금씩 습관이 된다.
데이터가 몇 달 치 쌓이면 나도 모르게 새던 돈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료 체험인 줄 알고 눌렀다가 잊어버린 정기구독료, 가입할 때 이미 있는 줄 모르고 또 들어 놓은 보험료나 부가서비스요금 같은 것들. 한 번에 나가는 돈은 몇천 원, 몇만 원이라 눈에 띄지도 않던 지출들을, 그제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가족과 함께하기
절약은 혼자만의 습관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맞춰 가야 하는 큰 방향성이다. 부부 중 한 사람만 애써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기 쉽다. 아이들에게도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때로는 의도된 결핍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온 가족이 돈의 소중함을 알고 함께할 때, 절약은 참는 일이 아니라 우리 집의 미덕이 된다.
셋째, 세금 알기
절약 못지않게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는 게 세금 공부다. 부동산을 하나둘 거치면서 나는 세금이 얼마나 큰 변수인지 몸으로 배웠다. 살 때 내는 세금(취득세), 가지고 있는 동안 내는 세금(재산세, 임대를 주면 부가가치세 등), 팔 때 내는 세금(양도소득세)이 다 다르다. 누구 명의로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처분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증권 계좌도 마찬가지였다. 세액공제 혜택을 챙기고 절세 계좌를 활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상품을 사고 팔아도 세금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천지 차이였다.
세금은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정해진 규칙이다. 규칙을 모르면 안 내도 될 돈까지 내고, 알면 합법적으로 아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제 와서 세금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돈이 오가는 순간마다 '세금은 어떻게 되지?' 하는 스위치는 켜 두어야 한다.
기록으로 측정하고, 가족이 함께하고, 세금을 알아 갈 때. 잘 줄이기는 비로소 빛을 발한다.
3. 잘 불리기
작은 습관이 돈의 감각을 키운다.
투자 공부를 하면서 마음에 새긴 생각이 몇 가지 있다.
가만히 있다고 가장 안전한 건 아니다
통장에 1,000만 원을 넣어 두고 10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해 보자. 통장 속 숫자는 그대로이니 이건 내 자산을 안전하게 지킨걸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물가가 해마다 3%씩만 올라도, 10년 뒤 그 돈으로 채울 수 있는 장바구니는 4분의 1 가까이 작아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조용히 돈이 녹아버린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안전해 보이는 이유는, 잃는 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험을 피하려고 멈춰 선 그 자리가, 사실은 가장 위험한 자리일 수도 있다. 무턱대고 뛰어들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제일 안전하다'는 생각만큼은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작게라도 일단 시작한다
완벽한 타이밍, 완벽한 공부를 기다리다가는 영영 시작하지 못한다. 오히려 작게라도 시작하면, 내 돈이 걸려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공부가 저절로 따라온다. 나도 그랬다. 바카라으로 읽을 땐 흘려듣던 개념들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대출을 받아 보고, 증권 계좌를 만들어 몇 천원짜리 종목이라도 사고팔아 보니 몸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 대신 일하는 돈을 만든다
노동으로 버는 소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내 시간과 몸을 써야만 들어오는 돈이기 때문이다. 하루는 24시간뿐이고, 몸은 하나다. 아이가 아파 며칠 일을 못 하거나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그 달의 소득도 같이 멈춘다. 엄마로 살아 보면 이게 얼마나 현실적인 걱정인지 안다.
그래서 내가 일하지 않는 시간에도 나 대신 일해 주는 돈이 필요하다. 월세, 배당, 이자, 그리고 노후의 연금처럼, 내가 잠든 사이에도 조금씩 불어나는 돈.
처음으로 월세 50만원이 통장에 찍히던 날을 기억한다. 이자를 내고 나면 큰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돈은 내가 그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들어온 돈이었다. '돈이 일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 처음 실감했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매달 자동이체로 쌓이는 연금저축, 천 원씩 모은 주식에서 들어오는 몇백 원의 배당도 나 대신 일하는 작은 직원이다. 이 직원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나는 '일을 해야만 사는 사람'에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으로 조금씩 옮겨 간다. 진짜 자유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기다림도 투자다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을 사 보면서 몸으로 배운 게 있다. 지식보다 중요한 건 실행이고, 사고파는 것만이 투자가 아니라는 것. 사 놓고 묵묵히 버티는 시간도 투자였다.
잘 벌어 모은 현금을 자산으로 옮기고, 그 자산이 다시 다음 기회의 밑천이 되는 순환. 그 순환은 한 방이 아니라 작은 습관에서 시작됐다. 천 원으로 시작한 주식 모으기, 호가창 대신 걸어 둔 자동이체 같은 것들 말이다. 잘 불린다는 건 완벽하게 안전한 선택을 찾는 게 아니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부하고 고생하며, 시장 안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었다.
4. 잘 쓰기
돈은 결국, 내가 원하는 삶에 쓰는 것이다.
‘돈을 버는 것 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돈을 잘 쓰는 것도 능력이다. 잘 벌고, 잘 줄이고, 잘 불리는 것도 결국은 잘 쓰기 위해서다.
낭비부터 알아보기
그럼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 걸까. 나는 반대편에서부터 생각해 본다. 나한테 낭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쓰고 나서 후회가 따르는 지출, 다른 하나는 쓴 줄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지출이다. 뒤의 것은 앞에서 말했던 가계부로 잡아내는 편이고, 여기서는 앞의 것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남에게 보이는 돈, 나를 위한 돈
후회가 남는 소비를 가르는 기준이 하나 있다. 남에게 보이려고 쓰는 돈과 내 마음이 진짜 원해서 쓰는 돈은 결이 다르다는 것.
모임에 나가기 전 옷장 문을 열고 '입을 게 없네' 하며 한숨 쉬어 본 적, 아마 한 번쯤 있을 거다. 그럴 때 손가락은 슬그머니 쇼핑 앱으로 향한다. 그런데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만 멈춰서 물어보면 좋겠다. 이 옷을 정말 내가 입고 싶어서 사는 건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남들과 비교되고 위축될까 봐 사려는 건지. 뒤의 것이라면, 그 돈은 나를 위해 쓰는 돈이 아니다.
남들 하는 만큼 다 입고, 다 놀고, 다 먹으면서 남들과 다른 결과를 바라는 건 애초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만족이 가장 큰 자리에 쓴다
그리고 소비 앞에서 자주 떠올리는 말이 하나 더 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다. 같은 걸 계속 먹거나 쓰면 처음엔 즐겁지만 갈수록 덜 즐거워진다는 뜻이다. 치킨 첫 조각은 천국인데 열 번째 조각은 의무감으로 먹게 되는 것처럼. 이걸 떠올리면 돈을 쓰기 전에 이렇게 묻게 된다. 지금 이 소비가 나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자리인가, 아니면 만족이 이미 줄어든 자리에서 습관처럼 더 쓰는 건가.
감동이 남는 곳에 쓴다
나는 감동이 있는 소비를 좋아한다. 그 감동은 나에게 주는 것일 수도, 누군가에게 건네는 것일 수도 있다. 쓰고 나서 '이 돈 정말 잘 썼다' 싶은 순간이 바로 그런 소비다. 나는 새로운 걸 배우거나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지갑이 열린다. 평소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다가도, 가족과 해외 한 달 살기를 떠날 때나 배움을 위해 대학 등록금을 낼 때는 망설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도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형편 안의 작은 사치
내가 아끼는 어떤 곳에 기쁜 마음으로 사치를 부려보고 싶을 날이 있다. 그게 오래 가는 기쁨이라면, 그건 낭비가 아니라 잘 쓴 돈이 되기도 한다.
그런 나에게도 형편 안에서의 크고 작은 사치를 부리는 영역이 있다. 바로 ‘공바카라’이다. 평소 예쁜 다이어리나 노트가 보이면 괜히 한 번 더 들었다 놓곤 한다. 어느 날, 한 대형서점에 갔다가 노트 한 권을 3만 3천 원을 주고 산 적이 있다. 그 날 진열대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성였는지 모른다. 들었다 놨다, 다시 들었다. 다리가 아프도록 서서 오래동안 고민을 했다. 그래도 안되겠더라, 너무 마음에 들어서 결국 계산대로 갔다.
신기하게도 그 기쁨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무거나 적고 싶지 않아서, 내 소중한 꿈에 대한 이야기만 한 장 한 장 아껴 가며 쓰고 있다. 3만 3천 원짜리 노트는 이제 노트가 아니라, 내 꿈을 담아 두는 그릇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가만 보면 이런 사치는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는 것 같다. 내가 만났던 선생님은 스카프를 살 때만큼은 사치를 부린다고 하셨다. 누구는 머그컵 앞에서, 또 누구는 향수 앞에서 마음이 약해진단다.
공바카라, 스카프, 머그컵, 향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닮은 점이 있다. 누구나 자기 형편 안에서는 저마다의 사치를 부린다는 것. 그리고 그 사치가 나에게 진짜 소중한 한 곳을 향할 때, 쓰고 난 뒤에 후회 대신 오래가는 기쁨이 남는다는 것. 이런 신중한 사치는 통장을 흔들지 않는다. 오히려 아끼며 사는 일상을 버티게 해 주는 작은 힘이 되기도한다.
쓰기 전에 던지는 두 가지 질문
그래서 쓰기 전에 나는 이렇게 묻는다. 이게 남 보여 주려고 쓰는 돈인가, 나를 위해 쓰는 돈인가. 그리고 이 돈이 나에게, 혹은 내가 마음을 건네고 싶은 누군가에게 감동으로 돌아올까. 답이 '그렇다'일 때는 망설이지 않는다. 아끼는 것도 쓰는 것도, 결국은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다.
네 칸이 맞물려 돌아갈 때
잘 벌어서, 새는 데서는 줄이고, 남은 돈을 잘 불려서, 그렇게 모인 돈을 내가 원하는 삶에 쓰는 것. 돈의 네 칸은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그 순환이 매끄럽게 돌아갈 때, 돈은 비로소 내 삶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돈 공부를 하기 전의 나는 이 네 칸 중 어디가 비어 있는지조차 몰랐다. 버는 것도, 줄이는 것도, 불리는 것도, 쓰는 것도 그때그때 흘러가는 대로였다. 그런데 네 칸으로 나눠 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가 함께 보였다. 네 칸을 채우는 일은 돈을 정리하는 일이자,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잡는 일이었다.
당신의 네 칸은 어떤가. 오늘 종이 한 장에 네모를 그리고, 각 칸에 이렇게 물어보면 좋겠다.
잘 벌기 내가 좋아하면서 조금 더 잘하는 일은 무엇인가?
잘 줄이기 나도 모르게 새고 있는 돈은 어디인가?
잘 불리기 작게라도 오늘 시작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무엇인가?
잘 쓰기 나에게 오래 남는 기쁨을 주는 소비는 무엇인가?
한두 칸이 텅 비어 있어도 괜찮다. 나의 네 칸도 처음엔 전부 비어 있었고, 지금도 다 채운 건 아니다. 다만 계속 들여다 보면서 노력할 뿐이다. 시작은 언제나, 한 칸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