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 집 밥상이 흔들린다

그렇게 나는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

by김온유

"미국 연방준비제도 빅스텝 단행! 기준금리 0.5%p 인상..."

뉴스 기사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저게 무슨 뜻이지?’ 그냥 뭔가 안 좋은 소식이라는 느낌만 들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이라는 나라가 금리를 올렸다는 소식이, 왜 그리 중요하다는건지 그때는 몰랐다. 그 숫자 하나가 몇 달 뒤 우리 집 지출을 바꿔놓기 전까지는..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대출은 이미 익숙했다. 근데 대출 이자가 오르내리는 이유, 그 뒤에 있는 큰 흐름은 여전히 안개 속이었다. 신문을 펴도 어려운 용어들이 줄줄이 나왔고, 뉴스를 봐도 전문가들이 하는 말은 절반쯤 흘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출을 갱신하러 은행에 갔다.

"변동금리로 하시겠어요, 고정금리로 하시겠어요?"

"음, 글쎄요.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까요?" 내가 물었다.

"그건 저희도 장담은 못 드려요. 고객님이 판단하셔야…"

창구에 앉은 은행원이 곤란한 얼굴로 답했다.


허공을 헤매는듯한 서로의 문답 앞에서 남편과 나는 우리 나름의 판단을 내려야 했다.

‘앞으로 금리가 올라갈 것 같으면 고정금리로 하는게 나을거고,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 같으면 변동금리가 낫겠지? 근데 뭘 알아야 말이지…’

결국 그날 우리는 반은 감으로, 반은 어림짐작으로 결정을 내렸다. 은행 문을 나서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다음에 또 이런 선택을 해야 할 때, 나는 또 이렇게 감으로만 정해야 하나.'

그 찜찜함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애초에 이 금리라는 게 왜 이렇게 오르내리는 거지?' 은행원도 모른다고 하는 그 흐름을, 나 스스로 찾아보고 싶어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는 뉴스가 나오면 뒤이어 우리나라의 금리도 따라 움직였고, 그 금리가 결국 우리 집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돈의 액수를 바꿔놓았다. 태평양 건너 나라의 결정이 우리 집 저녁 밥상메뉴까지 이어진다는 게, 처음엔 도무지 실감이 안 났다. 근데 실감이 안 나도 내 지갑에서는 실제로 돈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니 몰라도 되는 일이 아니라, 알아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종이 신문이었다. 경제신문을 구독 신청하고, 다음 날부터 새벽 문 앞에 신문이 놓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그 신문을 바카라상 위에 펼쳐놓고 형광펜을 쥐었다. 무슨 말인지 아는 기사는 아는 대로 밑줄을 긋고,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그 옆에 물음표를 그려뒀다. 처음 몇 달은 물음표투성이였다. 근데 매일 같은 지면, 같은 용어가 반복되니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낯익은 단어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그렇게 1년을 구독하고 나니, 적어도 기사 제목들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근데 신문만으로는 부족했다. 활자로 읽는 것과 실제 사람 목소리로 듣는 건 또 다른 이해였다. 그래서 시작한 게 유튜브 프리미엄이었다. 원래 나는 뭔가 지출을 늘리는 일에는 꽤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구독 서비스도 줄이면 줄였지 새로 늘리는 법이 잘 없었다. 근데 경제 뉴스를 광고 없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지출만큼은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결제한 유튜브 프리미엄 덕분에, 나는 운전하면서도, 설거지하면서도, 빨래를 개면서도 경제 채널을 라디오처럼 틀어놓을 수 있게 됐다. 광고 없이 쭉 이어보니 이해도가 확 달라졌다. 처음엔 흘려듣던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귀에 콕콕 박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라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엔 TV가 없다. 그래서 뉴스도 라디오로 듣는 게 익숙한데, 경제 공부에도 라디오가 은근히 큰 몫을 했다. 아침 9시엔 KBS1 라디오 경제 프로그램을,오후 4시엔 또 다른 경제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집안일을 한다. 몇 년째 듣다 보니 이제는 그 시간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라디오 채널부터 돌리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을 놓친 라디오는 요즘 다시듣기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바카라을 읽었다. 펜과 노트를 옆에 두고 모르는 내용들을 필기하며 천천히 읽어나갔다. 신문에서 배운 용어, 유튜브에서 들은 설명, 라디오에서 스쳐 지나간 한마디가 바카라을 읽다 보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이 그렇게 짜릿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리 집 자금 사정이 그 모든 것 안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내 돈이 직접 걸려 있는 공부만큼 재미있는 게 없었다.


2022년 하반기, 뉴스에서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연달아 나오던 무렵이 특히 기억난다. 저금리 시절 3년 고정금리로 묶어뒀던 대출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물론 그 3년이 끝나고 갱신할 때가 되니 이자로 나가는 돈이 확 늘긴 했다. 물건마다 현금흐름은 나오고 있었지만, 경제 흐름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니 절약은 그냥 우리 집의 기본값이 됐다.


‘그럼 금리는 대체 언제 내려가는거야?’

물가상승률이 안정돼야 금리가 내려간단다. 그 뒤로는 발표되는 물가 지표를 나도 모르게 예의주시하게 됐다. 뉴스에 소비자물가지수라는 말이 나오면 예전엔 그냥 흘려들었는데, 이제는 저절로 귀가 쫑긋 선다. '이번엔 몇 퍼센트 올랐다는 거지? 그럼 금리는 어떻게 될까?' 그런 자연스러운 질문들이 따라온다.


은행 창구에서 느낀 답답함. 그리고 이어진 가계지출. 그 답답함이 신문을, 유튜브를, 라디오를, 바카라을 하나씩 손에 쥐게 만들었다. 거창한 재테크 강의를 들은 것도 아니고, 특별한 비법을 배운 것도 아니다. 그냥 매일 조금씩, 생활 속에서 흘러나오는 경제 이야기에 귀를 열어뒀을 뿐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의 금리도 따라 움직인다. 예금금리 보다는 대출금리가 더 빨리 반응을 한다. 그 금리는 결국 우리 집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돈의 액수를 바꿔놓는다. 태평양 건너 회의실에서 내려진 결정 하나가, 우리 집 저녁 밥상 위 반찬 가짓수까지 흔들 수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이제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경제 공부라고 별게 없었다. 비싼 수업료를 내는 강의를 들은 것도,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매일 경제기사 몇 줄을 읽고, 설거지하면서 라디오를 틀고, 자기 전에 바카라 몇 장을 읽는 것. 그렇게 생활 속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쌓아 간 게 전부였다. 누구나 지금 하고 있는 일상 어딘가에, 이미 그런 자투리 시간은 있을 거다. 그 틈에 뉴스 한 꼭지, 라디오 한 소절만 슬쩍 끼워 넣어도 이미 시작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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