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없는 줄 알았다

여름을 듣게 된 날

by슬로하라


슬로베니아에는 매미가 없는 줄 알았다.


한국에서 내가 알던 한여름은 귀로 먼저 왔다. 창문만 열어도, 길을 나서도 맴-맴-매엠- 울음이 하루 종일 공기의 빈틈을 메웠다. 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여름의 한가운데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무리 더워져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 대신 석양이 조금 기울 무렵이면 어디선가 찌-찌-찌-찌- 하고 가늘고 빠른 소리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새인가 싶었다. 매미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정말 매미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낮의 마른 열기가 저녁이 되어서도 건식 사우나처럼 거리를 감싸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소리가 문득 귀에 걸렸다.


찌찌찌찌찌찌.


잠깐 페달을 늦췄다. 매미였다.

생각해 보면 그 소리는 전부터 줄곧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알아차린 날이었을 뿐이다. 나는 내가 알던 여름만 찾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뒤로는 문득 그 소리가 들리나 귀를 기울이는 날이 생겼다. 한번 귀에 걸리고 나니, 그전에는 흘려보냈을 소리도 문득문득 들려왔다.


처음 슬로베니아에 왔을 때는 이곳의 여름을 눈으로만 만났다. 올해는 귀로도 조금씩 알아간다.


찌찌찌찌찌찌.

올해도 그 소리가 들렸다.


매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이곳의 여름을 아직 듣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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