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여름, 젤라토 반반
여름이 오면 이 작은 해변 동네는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겨울이면 고요하던 골목에 여행 가방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퍼지고, 이른 아침부터 카페 테라스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해변에는 수건을 펼칠 자리조차 찾기 어려워진다.
첫 번째 여름에는 그 활기 자체가 퍽 낯설었다.
잠시 스쳐 가는 여행자는 아닌데, 그렇다고 이곳 사람도 아니었다. 마트에서도, 식당에서도, 동양인인 우리는 금세 눈에 띄었다.
거리마다 비키니 차림이나 상의를 벗은 채 마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한동안은 민망했다. 오히려 여행객들이 몰려오는 여름이 되면 그 많은 사람들 속에 우리의 얼굴도 조금은 묻힐 수 있었다. 여기서 사는 사람인데도, 여행객처럼 보일 때 차라리 편했다. 한 걸음 뒤에서 머뭇거리던 첫해였다.
두 번째 여름에는 바다를 조금 더 가까이 누렸다.
여행객들 틈에 섞여 바다 위에 몸을 띄우기도 하며, 이곳의 여름 안으로 조금씩 들어가 보기도 했다. 어릴 적 이후 그렇게 오래 바다에 머문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여름.
올해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반려견이 생긴 뒤로는 한낮의 해변보다 아침과 늦은 저녁 산바카라길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은 자연스럽게 피해 다니게 되었다.
바다보다 마트를 더 자주 가고, 관광지보다 늘 걷던 골목을 더 많이 걷는다. 여름을 구경하기보다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며칠 전에는 해변까지 산바카라을 하고 돌아오던 길에 젤라토 가게에 들렀다. 첫해에는 원스쿱으로도 두 가지 맛을 반반 담을 수 있는 줄 몰랐다. 스쿱당 한 가지 맛만 가능한 줄 알고 두 스쿱을 주문했다가 아이스크림은 생각보다 커졌고, 가격도 많이 나왔다.
젤라토를 주문하며 기억나는 단어들을 더듬어 입 밖으로 꺼냈다.
"Lahko dobim eno kepico... pol pol, prosim."
"원스쿱... 반반 주세요."
문장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가지 맛을 반씩 담아 건네주었다. 내가 서툰 슬로베니아어를 끝까지 말하는 동안, 옆에 서 있던 몇 사람이 잠깐 우리 쪽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더 이상 그 시선이 예전처럼 불편하게 남지 않았다.
젤라토를 받아 들고 우리는 잠시 앉았다. 첫해에는 몰랐던 반반이었다.
우리의 여름도 아직은 그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