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타임, 몸이 따라오지 못한 하루
3월 마지막 주 일요일. 몸의 리듬대로 눈이 떠졌다. 사선으로 넘겨본 시계 속 숫자에 화들짝 놀랐다. 하루 전날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부터 서머 타임이 적용된다는 것도, 시계가 한 시간 앞으로 당겨진다는 것도. 그런데도 몸은 미처 따라오지 못했다. 아는 것과 몸이 받아들이는 것 사이에, 한 시간이 끼어 있었다. 슬로베니아에서는 이걸 poletni čas라고 부른다. 여름 시간.
사실은, 시계보다 그녀가 먼저였다. 손바닥 안으로 코를 밀어 넣듯 핥아대는 감촉에 몸이 먼저 일어났다. 물을 갈아주러 거실로 나갔다. 창을 열자, 냉기와 햇볕이 동시에 쏟아졌다. 아직 새벽의 냉기가 채 가시지 않은 공기 위로, 어딘가에서 반사된 햇볕이 열기를 올리고 있었다. 몸은 이른 시간이라고 느끼는데, 빛은 벌써 한 발 앞서 있었다.
아침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시간에 먼저 나와 있는 것 같은, 어딘가 서두른 느낌. 그렇게 하루의 시작은 더 일러지고, 저녁의 끝은 더 더뎌진다.
배꼽시계도 아직 적응이 안 된 채로, 그녀와 산바카라을 나섰다. 늘 나서던 시간인데, 빛이 남아 있었다. 너른 올리브나무밭 너머로, 붉은 지붕들 위에 분홍과 연보라가 겹겹이 쌓인 채 햇살이 느지막이 걸려 있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한 시간이, 다른 곳에 붙어 있는 것처럼.
길 위의 공기가 조금 더 길게 이어지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어딘가 느슨해진다. 급하게 마무리되던 하루의 끝이, 조금은 풀린 채로 흘러간다.
시간이 줄어든 하루였는데, 저녁은 오히려 길어진 느낌이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밀려난 채로 남아 있는 시간. 그 사이에 나는 잠시 더 머물게 된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몸은 이제 그 시간을 안다. 그런데도 저녁이 되면 여전히 낯선 구석이 있다. 숫자는 저녁이라고 하는데, 올리브나무밭 위로 달이 먼저 떠 있다.
하늘은 아직 푸르고, 노을은 건물 뒤로 천천히 번진다. 낮 동안 달궈진 공기가 채 가시기 전에, 어딘가에서 서늘한 바람이 스며든다.
시간의 경계가 빛 속에 녹아들고, 그 경계 어딘가에서 마음도 잠깐 물러났다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