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짓단을 접어 보이던 날

말이 닿기 전의 수선집

by슬로하라


이따금 오고 가는 길에서 눈에 걸리던 작은 입구가 있었다.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골목 사이, 길모퉁이의 수선집이었다. 어떤 날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어떤 날은 닫힌 건지 열린 건지 모를 만큼 어정쩡하게 걸쳐 있었다. 일부러 눈에 담지 않으면 지나치게 되는 자리였다.


이곳에서 산 바지들은 늘 어딘가 길고 애매했다. 새로 사두고도 제대로 꺼내 입지 못한 옷들이 조금씩 쌓여갔다.


그 문턱을 넘는 일도 처음에는 꽤 용기가 필요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 옆으로 넓은 작업실이 먼저 보였다. 여러 대의 재봉틀과 색색의 원단들, 벽에 걸린 줄자와 옷들. 작은 가게라기보다 오래된 작업실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바지 길이를 줄이고 싶다는 말조차 영어로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더듬거리며 설명해 보았지만, 여자 사장님은 슬로베니아어만 가능하다고 했다. 그 당시의 번역기는 지금보다 훨씬 서툴렀고, 결국 나는 바짓단을 손으로 접어 보이며 자르고 싶은 길이를 설명했던 것 같다.


처음 맡긴 건 바지 한 벌이었다. 10유로, 일주일 뒤에 찾으러 오라고 했다. 하루이틀이면 끝날 거라 생각했던 건, 지극히 내 시간 안에서의 계산법이었다. 그곳에서는 며칠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돈을 냈으니 빨리 받아야 한다고 여겼던 건 어쩌면 내 쪽의 조급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느린 시간 역시 그곳의 방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수선할 옷이 생기면 가끔 그곳을 찾았다.

"Rada bi skrajšala hlače."

바지 길이를 줄이고 싶다는 말이었다.


슬로베니아어 단어 몇 개를 조합해 가며 설명하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 남짓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몇 분은 늘 긴장으로 길게 늘어졌다.


어느 날은 먼저 온 중년 여성이 바지를 입은 채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사장님은 바짓단을 접어가며 원하는 길이와 라인을 함께 맞춰보고 있었다. 그들은 너무나 익숙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조차, 나에게는 쉽게 닿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그 옆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머릿속으로 짧은 문장들을 몇 번이고 다시 맞춰봤다. 미리 적어온 수선 길이 숫자를 보여주고, 더듬거리면서도 원하는 부분을 덧붙여 설명했다. 사장님은 잠깐 보더니, 알겠다는 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영수증처럼 접힌 종이를 받아 들고 가게 문을 나섰다. 골목 끝까지 몇 걸음 걷고 나서야, 조금 전까지 잔뜩 들어가 있던 어깨 힘이 천천히 풀리는 걸 느꼈다.


말이 전부 닿지 않아도 이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걸, 그곳에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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