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아래에서 일어나는 세계

으스러져 가는 생들 사이로

by슬로하라


새벽과 아침 사이의 시간이었다.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은 돌바닥길 위를 걸을 때마다, 발밑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뽀지락. 빠지직. 빠박.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새벽 공기에 젖은 작은 돌멩이쯤 밟은 줄 알았다. 그런데 비슷한 소리가 몇 걸음 간격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제야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봤다. 건너편 풀숲을 향해 느리게 이동 중인 달팽이들이었다.


아직 해가 닿지 않은 시간, 그들은 돌길 위로 올라왔다.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중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이미 밟혀 형체가 으스러진 자리들 사이로도, 남은 것들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는 발걸음이 조금 이상해졌다. 무언가를 피하려고 자꾸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었고, 걷는 속도도 어딘가 어색하게 느려졌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모든 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 길을 매일 걷고 있었고, 그들 역시 그 시간을 건너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흙밭에서도, 오래된 담벼락 위에서도, 비가 온 다음 날의 계단 틈에서도.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그들은 늘 자기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가끔 아직 길 위를 건너고 있는 것들을 조심스레 집어 풀숲 가까이에 놓아주곤 했다. 그러고 나서도, 발밑에서 이미 으스러진 자리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모르고 지나친 걸음들이 남긴 자리였다.


집이 제법 큰 것들도 있었다. 그만큼의 시간을 버텨온 생이었을 텐데, 무심한 발걸음 하나가 그 전부를 끝내버린다. 반대로 새끼손톱만 한 것들은 손으로 집어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잡는 것만으로도 금방 부서질 것 같았다. 큰 것도, 작은 것도, 그 흔적을 내려다볼 때마다 걸음이 무거워졌다.


그런데도 다음 날이 되면, 그들은 또다시 그 길 위로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조심스럽게, 한 발을 내딛는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날마다 엇갈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