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싫은 소리를 했다

byKarel Jo


시작은 굉장히 사소한 일로 출발했다. 대부분의 갈등이 그렇듯이,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대체 왜 그런 것에 열을 냈는지 얼굴이 낯부끄러워지는 그런 일들에 우리는 열을 내곤 한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그때의 나는 굉장히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열을 냈지만, 이제 와서는 그렇게까지 마음을 쓸 일은 아닌 그런 일이다.


팀장으로서는, 팀원이 진행하고 있는 내용을 중간 점검해야 할 상황이 많이 생긴다. 그때에도, 중요 고객의 견적 제출 대응을 위해 내부적으로 수익성 검토가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담당자였던 팀원에게 나는 충분한 배경 설명과, 어떤 식으로 자료를 구성하면 좋을지에 대해, 그리고 혹시나 시간이 되면 추가로 확인했으면 하는 내용들까지 사전에 미리 조율을 마치고 중간 과정에 대한 리뷰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 팀원과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일을 해 왔고, 나와 합을 맞춘 지도 꽤 되었기 때문에 나는 그 정도면 충분히 내가 한 말과 의도를 이해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몇 분간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 내가 한 말은 점점 팀원에게 길을 잃고 닿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부분은 확인된 건가요?"라는 질문에 왜 못했는지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거나, "지금 자료를 조금 수정해 보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말에 당황하며 마우스만 버벅거리는 모습이 보이면서.


차라리 신입이거나 나와 일을 처음 해 본 사람이라면 덜 했을 텐데,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하며, 또 그리고 그동안 잘해왔던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그때에 순간 답답함이 앞섰다. 내가 충분히 신뢰하고 의지하였기 때문에 더욱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리뷰가 정상적으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판단한 나는 펼쳐진 내 노트북을 덮고, 그 팀원의 얼굴을 마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이드를 잘 못 준 것 같지는 않은데, 준비가 내 기대보다 훨씬 미흡하고,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을 정도예요. 더 이야기를 하는 게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네요."


상대방의 눈은, 그 말을 하는 나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저 "죄송합니다."라는 짤막한 사과와 함께 팀원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나는 팀원에게, 보완해줬으면 하는 내용을 화이트보드에 간략하게 그려 설명해 줬고, 팀원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알겠습니다. 보완해서 내일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회의실을 나서 곧 관련 팀의 동료에게 가서, 바로 자료를 보완하기 시작했다.


회의실 안 창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내가 뱉은 말의 온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 온도라기보다는 그것은 이미 차가운 현실이었다. 더 이상 팀원과 팀원의 관계가 아닌, 팀장으로서 평가자의 자리에 앉아 피평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왔다는 사실. 그 사실에는 어느 정도의 냉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감정과 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일과 결과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냉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나도 자리에 앉아, 열심히 자료를 보완하는 팀원의 옆에서 내가 한 말들을 곱씹어 봤다. 내가 너무 단정적으로 이야기했을까. 같은 표현이라도 조금 더 부드럽게 돌려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부드럽지 않았더라면 담백하게 이 부분만 수정해서 다시 보자고 짧게 말할 수는 없었을까. 나의 말에는, 과연 정당하게 감정이 없이 한 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였을까.


무엇보다도 내가, 스스로가 한 말의 무게에 대해 고심해야 한다는 사실이 사뭇 낯설게 느껴졌다. 좋은 팀장이 되고 싶었다는 그 생각에, 좋은 팀장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불편한 소리를 피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에도 응원을 하고 잘했다는 소리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할까?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안전장치를 느끼게 해 줄까, 아니면 그게 하나의 천장이 되어 편안하게 정착해 버리는 장치가 될까?


이상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고민은, 그때의 내가 아직도 팀장이라는 자리를 ‘좋은 사람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팀원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힘든 일을 대신해 주고, 문제가 생기면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팀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좋은 팀장이 된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때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팀원에게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한 가지를 조금씩 구분하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내 기분이 나빠서인가.

내가 화가 나서인가.

아니면 정말 그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인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다면, 적어도 말해야 할 순간에 침묵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말을 잘하는 팀장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말을 망설였고, 괜히 돌려 말하다가 오히려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어떤 날에는 너무 참았다가 한꺼번에 말해버려서 스스로 후회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날의 경험은 내게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주었다.


팀장의 역할은 팀원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때로는 그 순간만큼은 미움을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해야 할 말을 하는 것. 그리고 그 말을 한 뒤에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보다, 내가 왜 그 말을 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어쩌면 팀장이 된다는 것은 그런 일인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그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순간들을 하나씩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순간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선택하는 것.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좋은 팀장’이라는 사람을 조금씩 다시 정의하기 시작한 것은.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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