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사열

by청파 강성호

군대에서 전역한 지 40년이 넘었으니, ‘내무사열’이라는 단어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군 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이 하나쯤 있다. 바로 군번이다. 그리고 군대에서 있었던 영웅담도 저마다 한두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듯하다.


나도 그 반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뭔 뜬금없이 내무사열이고 군대 생활 이야기냐 할 텐데, 집 이야기에 군대이야기로 시작하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그제 큰공주와 사위와 손자들이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에,

큰공이 작은 손자에게

“내일 퍼니 헝아 온다는데 너도 헝아 보고 싶어?”

그런 이야기를 해서 나는 당연히 작은공주 식구들이 오는구나 생각했고,

아내도 외출에서 돌아와

“내일 퍼니 오면 먹을 수 있게 삼계탕 따로 담아 둬!”라고 말해 당연히 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겸사겸사 작은공주 생일이 7월 9일이니 어제 아침식사 준비는 다른 날보다 더 빨리하면서, 아이들이 오면 먹을 수 있도록 미역국을 따로 끓여두기도 하였다.

그리고 아내와 아침을 먹고 설거지하면서 아내는 거실과 방에 청소기를 돌리고, 그야말로 닦고 조이고다. 나는 설거지 끝내고 사용하던 수건과 행주도, 빨래통에 던져두고, 주방에는 새것으로 바꿔주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어떤 이는,

‘오늘 만 그런가?’라고 생각을 할 수 있고,


어떤 이는

‘아 작은 공주가 오니까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를 생각한 분들이 맞다.

왜냐하면 작은 공주는 조금 특별히 예민해서 나는 잘 맡지 못하는 냄새도 알아낸다. 그러니 나는 특별히 오늘은 거실을 더 환기하고, 행주 새것으로 교체하고, 주방은 한 번 더 닦고 살펴보았다.


모두 끝나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아내에게
“짝공 몇 시에 온대?”

“아니 내일 오는데!”

“오늘 온다고 한 거 아니야?”

“아니 내일 퍼니 진료 가는 날이라 오는 거야.”

“아 그렇구나!”


내심 그랬다!

아무도 온다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미역국 끓이고

행주를 바꾸고

거실을 환기하고

주방까지 평소보다 더 알뜰살뜰 닦아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군대 있을 때

매주 주말에 내무사열반드시

짝공 온다고 하니까

우리 집은 내무사열 준비한 것이었나?


26. 7. 13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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