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당에서 게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내가 문자를 보냈다.
오후 5:09
순대 사다 줄까? 족발 사다 줄까?
오후 5:10
막 잠에서 깬 나는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봤다.
아내가 방금 보낸 문자였다.
"ㅇㅋ“
오후 5:14
”둘 중에 하나 골라 “
”족발“
”난 떡볶이“
잠에서 덜 깬 나는 그게 뭔 소린지 몰랐다.
아내는 그렇게 외출했다 돌아오면서
내가 집에 있으면 이런저런 문자로 뭔가를 주문한다.
아내가 돌아왔다.
나는 아내가 사 온 바나나와 토마토를 정리하고,
족발을 먹기 시작하는데
”빨리 떡볶이 만들어! “
”뭔? “
”나 떡볶이 먹을 거야! “
그래서 그때부터 먹던 족발 중지하고 급하게 떡볶이를 만들고 있는데
아내가 한마디 했다.
지엄한 명령이다.
”맛있게 만들어! “
”알았어! “
떡을 물에 담가 해동하고,
어묵을 꺼내 썰어 뜨거운 물로 샤워시켜 기름기를 빼주었다.
”맛있게 못 만들면 앞으로 안 시킨다! “
”그래? 그럼 대충 만들지 뭐 “
”그럼 쫓겨나는 거야! “
”햐... 큰일이네! “
입으로는 큰일이라고 하면서도 손은 분주했다.
떡볶이를 저어가며 어느새 마무리 단계까지 왔다.
”참기름이라도 조금 두를까? “
”그러든지! “
아내의 무심한 허락을 받고 참기름 몇 방울을 둘렀다.
그 순간 평범한 떡볶이는 내 운명이 걸린 인생 떡볶이가 되었다.
나는 떡볶이를 그릇에 담아 아내 앞에 내놓았다.
아내는 말없이 떡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나는 아내의 표정을 살폈다.
잠시 뒤, 아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떡볶이를 계속 먹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인생을 건 떡볶이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나는 쫓겨나지 않았고,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26. 7. 25.
추가로...
내가 설거지하며 무심한 듯 물어봤다.
”괜찮았어? “
”쬐끔 매웠어! “
그리고 더 말이 없다.
살 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