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에서 퇴출

by청파 강성호

지난 수요일 아침 풍경이다.


근래에 아내는 내가 설거지하고 있으면 옆에 와서 세심하게 보는 일이 잦았다.


이렇게 닦아라!

저렇게 닦아라!


그러더니 오늘 아침 식사 후

“이제 설거지 내가 할게!”

“당신은 설거지 그만둬!”

“...”


그동안 내가 설거지할 때 유심히 보았던 것 같다.

나는 수세미에 세제를 뿌려 거품을 내는 과정을 생략하고 하였는데

아내는 그런 것까지 자세히 보고 있었다.


주방 설거지 메인에서 보조로 순식간에 전락하는 순간이다.

오호! 애재라.

오호! 통제라,

이렇게 애통할 일이 있었단 말인가.


살다 살다 내가 설거지에서 퇴출당하는 날이 올 줄이야.


그것도 내가 설거지 시작하기 전에 아내가 먼저 수세미를 잡고 선언한 말이다.

“이제 설거지 내가 할게!”

“당신은 설거지 그만둬!”


그렇게

주방의 통제권을 “아!” 소리 못하고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서 그냥 식탁 정리만 하는 신세가 되었고,

하루아침에 퇴출을 통보받았다.


“세제를 수세미에서 문질러 거품을 많이 내서 닦아야 깨끗하지!”

“헹궈줄 때 따뜻한 물로 해야 뽀득뽀득 닦아지지!”


“아! 그렇게!”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설거지에서 버림받은 신세다.

그렇게 설거지 권력을 빼앗긴 채 첫날의 막이 내렸다.


권력의 탈환.

그렇게 어제 아침 1막 끝나고


다음 날 아침

그냥 물러설 내가 아니다.


식탁에서 않는 자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은 한다.

우리 집 아침 식탁 식사 자리는 여전히

내가 상차림 하니까 나는 주방 쪽에 앉고

아내는 거실 쪽에 앉아 식사를 했다.


쉽게 말하면 주방의 주도권은 내가 가지고 있다.

암묵적으로 식탁에 앉는 자리다.


식탁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권력을 내가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이기도 하다.


아내가 아침 식사 끝나기도 전에

설거지 접시를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

바로 싱크대의 거리가 권력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공간은 권력의 배경이 아니라 권력의 장치였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누가 상석에 앉는가?
누가 출입문 가까이 앉는가?


“푸하하! 이제 어쩔 거야?”


아내가 미처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수도꼭지를 틀고 세제를 수세미에 묻혔다. 어제 배운 대로 거품도 충분히 냈다.

빼앗겼던 설거지 권력을 단숨에 만회하였다.


이제 다시 주객이 전도되었다.

아니다

원래 주인의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10년 전 퇴직하면서 이양받았던 권력이었다.

설거지는 단순히 그릇을 닦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 집 주방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조용하지만 치열한 권력투쟁이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 후

나는 다시 주방의 권력을 장악했다.

다만 앞으로도 그 권력이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아내가 나보다 먼저 수세미를 잡는 순간,

권력은 또다시 바뀔 것이므로.


그렇게 권력을 하루 만에 다시 찾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훗날

나 혼자 남아 있을 세상을 대비한

아내의 고도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6. 8. 2.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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