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연분

인공지능에 세 물어본 첫 번째 질문

by청파 강성호

사고의 수렴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르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오랜 시간 같은 경험을 하고,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방향이 조금씩 닮아가는 현상을 이른다.


또 어떤 이는 그것을 인지적 수렴이라고도 한다.

판단하거나 상상하는 길이 점차 가까워진다는 뜻일 것이다.

이름이야 무엇이든 상관없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는 같은 집에서 같은 사건을 겪고,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표현과 관심사를 주고받는다. 그러니 어느 날 문득 서로의 생각이 닮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일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요즘 나는 한 주민센터에서 시니어분들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하는 수업을 원하셔서, 처음 “스마트폰으로 그림동화 쓰기”와 “AI로 음악 만들기”를 제안하였다.

경험상 시니어분들에게는 AI를 일반적인 기술로 설명하는 것보다, 생활 속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직접 해보게 하는 편이 훨씬 반응이 좋다. 이해도도 높고, 참여도도 달라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마트폰으로 그림동화 쓰기”를 주제로 수업을 시작했다.

첫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식탁에서 아내가 물었다.

“어제 수업 잘했어?”

“수강생분들이 재미있어하시더라고.”

“그래? 뭘 가르쳤는데?”

“첫 시간이라 AI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도 하고, 나중에 만들어질 결과물 예시도 보여드렸지.”


아내는 내가 하는 일에 늘 관심이 많다.

내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는지, 무엇을 가르쳤는지 궁금해한다. 그래서 아침 식탁은 종종 이런 대화의 교실이 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그러면 AI가 돼지가 하늘을 날아가는 그림도 그릴 수 있어?”


느닷없는 아내의 질문이다.

“그럼, 당연하지. 말로 해도 되고, 글로 써도 돼.”

그러자 아내는 금세 상상의 날개를 달았다.

“그런데 돼지 꼬리를 무지개색으로 해도 되겠네?”

“되지. 꼬리뿐 아니라 다른 부분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어.”


아침 식탁이 순식간에 AI 실습장이 되어버렸다.

아내의 스마트폰은 네트워크가 조금 느린 편이라 그 자리에서 바로 그림이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대화는 잠시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저녁 무렵, 아내가 카지노톡으로 그림 하나를 보내왔다.

하늘을 날아가는 돼지였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식탁에서 조용히 고백했다.

“사실 말이야, 하늘을 날아가는 돼지는 몇 년 전 AI가 처음 나왔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시켜본 그림이었어.”

생각해 보면, 이것이 사고의 수렴이면 어떻고 인지적 수렴이면 또 어떠랴.

그런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두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 그것도 오랜 시차를 두고, 같은 상상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더 따뜻하다.


이만하면 우리 부부도 천생연분이다.



26. 7. 11.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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