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를 꿈꾸며...

고수 먹던 날

by청파 강성호

지난 화요일 달걀을 다 먹어 마트에 가, 장을 봤다. 당연히 달걀 1판을 카트에 담고, 라면도 5개들은 1봉지를 담고, 뭘 더 살 것, 있나 해서 두리번 거리다가 고수를 만났다.

고수가 친구 이름은 아니고, 중국에서는 향채香菜라고 하는데 보통 향차이라고 한다. 요즘은 여행을 많이 다니니까 중국이나 동남아에 가면 자주 보는 채소로 이름 그대로 향기가 난다.

물론 모두가 그 향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깻잎이 익숙하지만, 외국 사람 가운데는 향이 강해 잘 못 먹는 이들도 있듯이, 고수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상큼하고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비누 맛이 난다거나 약품 냄새 같다며 질색한다. 함께 여행 다니는 네 가족 부부가 있는데, 대부분 고수를 먹지 않는다. 그러니 같이 여행을 가면 고수는 대개 내 차지다.


어제는 낮에 아내가 외출한 사이 된장찌개 끓여 그 위에 고수를 올려 먹었더니, 금상첨화였다. 동남아 어디쯤 여행 간 기분이었다. 내친김에 오늘도 아내가 운동하러 간 사이, 돼지고기 앞다리살, 마늘, 청양고추 썰어 넣고, 굴소스로 볶아주었다.

접시에 고수를 듬뿍 깔고, 그 위에 볶은 앞다리살 올려 먹으니 지금 중국 어디쯤 있는 듯하다. 부족한 고수는 통으로 들고 와 더 먹었다.


문제는 먹고 난 다음이다. 프라이팬에 기름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것은 휴지로 닦고, 설거지하면 되겠지만, 집안에 남아있는 고수 냄새가 문제다, 창문 활짝 열어두고 출입구 쪽 문도 활짝 열어두었다.


기왕 고수 이야기 나왔으니, 개인적으로 고수가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은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먹고 끈적거리는 입안을 말끔히 닦아주는 느낌이다.

오늘 볶음요리도, 그래서 마늘 으깨 넣었더니 맛을 풍성하게 해주었고, 청양고추 1개 듬성듬성 썰어 넣었더니 끝맛을 정리해 주었고, 굴소스가 올려준 감칠맛을 고수 향이 잘 마무리 해 주었다. 가끔 기둥 뒤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는 아이처럼 통깨와 후춧가루가 입안에서 숨바꼭질하였다.

빠이주白酒 한잔이 그리웠지만 집에 없는 술 그야말로 그림에 떡이다.

양고기 먹으로 가면 나는 고수를 달라고 하는데, 대부분 있는데 가끔은 없는 집도 있어 그런 집은 다음에 안 간다. 양고기에 빠이주를 먹다가, 가끔은 빈 도시락을 달라고 하여, 양고기 구웠다가 먹지 않고 남은 것, 밥 1그릇, 고수를 잘게 뜯어 넣고, 고기 찍어먹는 쯔란과 다른 향신료 같이 넣고 흔들어 주면 비빔밥이 된다. 나이 지긋한 사람이면 알 것이다. 어린 시절, 겨울에 학교 교실에서 난로 위에 도시락 올려 뒀다가, 점심시간에 반찬을 올려 흔들어 먹었던... 바로 그 맛이다.


고수로 고기 구워먹으며, 동남아 여행, 중국 어느 도시로 여행과 어린 시절 먼 과거 여행까지 다녀왔으니, 그 느낌 나쁘지 않다.


아내가 돌아올 시간이다.


돌아온 아내가 한마디 한다.

“창문이 왜 열려있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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