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좀 쓰고 살아!

by청파 강성호

오전 6시

아침 준비는 대개 6시 45분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오늘은 밥을 다시 지어야 해서 조금 일찍 움직였다.

6시에 먼저 나가 쌀을 씻고, 물은 쌀의 절반쯤만 부어 불려두었다. 방풍나물도 씻어 담가두고, 미리 불려둔 검은콩도 다시 물에 담가놓았다.


6시 45분

아침 준비 시간이다.

쌀을 씻은 물은 따로 모아뒀다가 국이든 찌개든 끓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물론 오늘도 된장찌개는 내가 좋아하니 당연히 끓였다.

감자 하나 껍질을 깎아 깍둑썰기로 해두었고, 양파도 썰어두고, 아내가 좋아하는 애호박도 당연히 썰어두었고, 청양고추는 씨를 포함해서 어슷썰기 하였다. 찌개 끓일 때 씨를 넣어야 알싸한 맛이 살아나서 나는 그렇게 한다.

불린 쌀에 방풍나물과 담가둔 물을 함께 넣어주고, 검은콩을 넣고, 물은 콩 양의 절반쯤 넣어주면 대부분 밥은 꼬들거리지도 질지도 않고 잘 된다.

이것은 아내도 모르는 비밀인데,

밥물은 슬쩍 인공지능에게 물어봤다.

불린 쌀 3에 불린 콩 1이면 압력밥솥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느냐고.

그리고 준비된 재료를 뚝배기에 넣고, 조미료 조금 넣고 팔팔 끓이다가 한소끔 끓었을 때 된장과 고춧가루 넣고, 애호박은 미리 넣어주면 너무 물러 곤죽이 되니 나중에 넣고, 약불에 올려두면 맛있는 된장찌개 완성이다.

된장을 처음부터 넣어주면 재료에 골고루 스며들어 재료에 맛은 더하는데, 조금은 텁텁한 맛이 나서, 나는 대부분 마지막에 넣어주는데, 그러면 깔끔한 된장찌개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방법이다.

아스파라거스 몇 줄기 씻어 썰어, 계란 스크램블할 때 같이 넣어 준비하고, 상차림 할 때면 아내는 나온다. 평소처럼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계란스크램블과 야채를 먹고, 밥을 먹으면서 된장찌개를 조금 떠서 먹더니, 아내가 한소리 한다.

“아니 머리 좀 쓰고 살아!”

“냉장고 문 열면 바로 보이는 게 배추 우거지 있는데 언제 먹으려고, 안 넣어?”

나는 나름 과학적으로 밥을 짓고 있었다.

된장은 언제 넣어야 덜 텁텁한지 알고, 청양고추씨를 넣어야 알싸하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냉장고 문만 열면 보이는 배추 우거지는 끝내 못 봤다.

쌀도 불렸다.

콩도 챙겼다.

방풍나물도 씻어 불렸다.

근데 배추 우거지는 못 봤다.

어쩌겠는가.

이미 늦었다.


여기서 끝났으면 내가 이런 글 안 쓴다.

거기서 끝인 줄 알았는데, 한마디가 더 남아있다.

“오늘 된장찌개는 맛없었어!”

확인 사살이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내 방식대로 끓인 된장찌개가, 인공지능이 알려준 밥물 앞에서 괜히 진 것 같았다.

오늘 아침 나는 인공지능에게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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