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 3일 차, 수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수비리에서 팜플로나로 가는 길 딱 중간 쯤에서
아르가강(Río Arga)을 건너면 La Parada de Zuriain이 있다.
바를 겸한 음식점인 ‘바르 레스타우란테(bar-restaurante)’인데 알베르게도 겸하는 것 같다.
강가에 위치한데다 야외 테이블 중심이고,
그날 걸어야 할 양의 딱 중간 지점에 위치해서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들르는 것 같았다.
웨이팅하듯이 줄을 서서 음식을 사야 했다.
아내가 서둘러 자리를 잡으러 간 사이
나는 메뉴판의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아내는 요행히 맨 안쪽의 명당 자리를 잡았다.
벽에는 영어 문구가 써 있었는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멋진 글이었다.
THERE IS NO OTHER WAY, AND THERE NEVER WAS.
이 단순한 말 아래서 빵을 씹고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기타연주를 들었다.
(지역 음악가들이 콘서트를 한다고 홈페이지에 안내되어 있다는데, 우리가 들렀을 때도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흥겹게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세고비아도 스페인 사람이다.)
다른 길은 없다. 오직 걷는 것이다.
자못 비장해질 수 있는 이 말의 긴장감을 기타 선율이 흐트러뜨리고 있었다.
이중주 같았다.
실제로는 험난한 인생과 그것을 위로하거나, 현혹하는 음악과 놀이의.
음악이 더해진다고
발에 잡힌 물집이 폭죽으로 터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발에 바세린을 바르며 콧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혹은 하루 종일 먹고 마시는 자,
그대의 이름은 산티아고 순례자.
스페인식 달걀오믈렛인 '또르띠야'와 맥주, 콜라를 시켜 먹었다.
이날 걸어야 할 길이 겨우 20킬로미터 정도여서, 우리는 컨디션이 좋았다.
벌써 반이나 걸어 온 상태였다.
기타선율의 속도가 춤을 추기에 딱 적당하게 올라가자,
흥 있는 아내는 '일어나서 한 바퀴 춤이라도 춰줘야 하나?'라며 농담을 했다.
말만 한 게 아니라 살짝 몸까지 흔들었기 때문에 나는 기겁했다.
농담을 모르는 나는 '하지마, 하지마'라며
아내가 더럭 춤을 출까봐 걱정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아내는 또 웃었다.
먹을 것을 먹고 해야 할 일을 했다.
쉬어 갈 때마다 발에 태양과 바람의 세례를 해야 했다.
바쁘고 성가신 일이었지만
이러지 않으면 발에 물집이 잡히는 건 시간 문제다.
채 반나절도 필요하지 않다. 물집이 잡히려고 마음 먹으면.
우리는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에 듬뿍 바세린을 발라서 물집의 잡힐 틈을 빼앗았다.
이 때 바르는 바세린의 양은...
내가 땅을 걷는 게 아니라 그냥 바세린 위를 걷는 거다, 생각될 정도로 듬뿍 발라야 한다.
하루 종일 미끄러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걸었다.
먹고 마시고 바르고 춤을 참은 다음,
우리는 나머지 반의 여정을 위해 일어섰다.
우리 뒤로, 여전히 계속되는 기타 선율이 남았다.
이 길 위에 사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이겠지.
매일 배낭을 멘 사람들이 동쪽에서 몰려 오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먹은 다음 다시 서쪽으로 몰려가는 것을 그들은 매일 볼 것이다.
배낭 멘 사람들이 매일 동쪽에서 몰려와서 서쪽으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