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번 반복될 이야기

결혼 후 첫 명절

by만석맘 지은



결혼하고 첫 명절은 추석이었다.

시댁에서는 차례를 지냈다.

우리 아버지도 장남이었기에, 제사와 차례 외에도 집안 대소사가 많아 집안 여자들 할 일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친정 엄마는 이제 혼자 명절 준비를 해야 하는 데도, 이른 아침부터 시댁에 가서 일손을 도우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벌써부터 시댁을 '너네 집'이라고 하시는 게 서운하고 낯설었다. 여전히 '우리 집'은 친정인데. 처음으로 집 아닌 곳에서 보내는 명절이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첫 명절


명절 전날, 아침 일찍 시댁에 도착했다.

시어머니는 “이렇게 일찍 오지 않아도 되는데”라고 하셨다. 아직 날이 더워서 미리 음식을 하면 상할 수도 있으니 오후부터 준비할 거라 하셨다.

안 그래도 어색한데 천천히 올걸 그랬나 싶었다. 그래도 어머님께서 장 보느라 고생하셨을 텐데, 이왕이면 일찍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할 줄 아는 건 별로 없어도 도와드리고 싶었다.


나와 어머님은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손이 빠르신 어머니께서 대부분 음식을 하셨고, 나는 전만 부치면 되었다.

어머님은 “아이고, 맛있게 잘 부쳤다.”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사실 전이 두꺼워 기름을 많이 먹고 눅진했지만, 어머님 칭찬에 열심히 부쳤다.


음식 하느라 부엌은 내내 소란스러웠지만, 신랑은 부엌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어머님이 부르시면 간혹 심부름은 했지만 거실에 앉아 TV만 봤다.

'그래, 너무 챙기면 괜히 팔불출 소리를 들을까 봐 그런가 봐.'

하지만 남편은 밥을 먹을 때도 내 옆자리에 앉지 않았다. 남편은 아버님과 겸상을 했고, 나는 다른 밥상에서 나머지 가족들과 식사를 했다. 친정에서는 남녀 구분해서 밥을 먹은 적이 없는데, 상이 작아서 그런가 하고 말았다.

그래도 남편 옆에 앉고 싶었다. 시댁에서 유일하게 기댈 사람은 남편뿐이었는데, 같은 거실 안에서도 멀게 느껴졌다.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나 좀 챙겨주지.’

속으로만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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