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타는 여자, 더위 타는 남자

by만석맘 지은

미시간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안 그래도 지난 미시간 겨울은 너무 길었다. 곧 다가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나 두려워하던 참이었다.


한국에만 가을이 스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미시간에서는 어제까지 반팔을 입다가 오늘 당장 패딩을 꺼내는 식이었다.

몇 주 동안 비가 내리더니 갑자기 겨울 같은 날씨가 찾아왔다. 이제 겨우 구월이었다.


한 이틀은 견딜 만했다.

남편과 아이들은 학교와 온라인 게임으로 나갔다. 나 혼자 집에서 난방을 돌리기도 그랬다. 이삿짐에서 여름옷 꺼내 정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겨울 옷을 뒤져 두꺼운 옷을 꺼냈다.

하루 종일 떨다가 밤이 되자 전기장판을 깔았다. 전기장판 온도도 잘 올라가지 않았다. 미지근했다.

그래도 혼자 따뜻하게 잔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문제는 삼일 째 터졌다.

아침부터 집 안이 너무 추웠다.

당장 히터를 돌리고 싶었지만, 환풍구 청소가 먼저였다.

주방 인테리어 공사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집 안에는 매일 먼지가 쌓였다. 매일 분진을 닦아냈지만 집안 곳곳에 먼지가 쌓였다.

미국에는 온돌이 없고 히터로 공기를 데워 순환시키는 구조였다. 환풍구 안을 청소하지 않고 히터를 돌리기가 찜찜했다. 아무리 추워도 먼지를 마실 수는 없었다.


환풍구 뚜껑을 하나 열었다.

지난 집주인이 키우던 개의 털이 보였다. 털과 먼지는 알 수 없는 기름에 들러붙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하나를 겨우 닦으면서 구역질이 나왔다. 처음 보는 벌레라도 기어 나오면 어쩌나 싶었다.

환풍구는 십여 개나 됐다.

도저히 혼자 다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편 퇴근하기만 기다렸다.

남편에게 서너 개 정도 환풍구 청소를 맡기고 나서, 드디어 히터를 켰다.


처음 이 집을 보러 왔을 때는 집안이 훈훈했다. 금방 따뜻한 바람이 나올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욕실에 들어갔던 딸이 소리쳤다.

“엄마, 에어컨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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