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

by늘 하늘

낯선 길을 따라
걷는다.

고개를 살짝만 들어
볼을 스치는 꽃을 보고
그늘을 만드는 나무를 본다.

조금만 돌려보면
돌담 위로 멀지 않은 듯
닿지 않는 오름이 보인다.

시선을 빼앗겨 걷다 보니
길을 잃어
어디쯤인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꽃 향기가 닿고
햇빛이 살랑이는
나뭇잎을 본다.

바다를 머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소란스런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잊고 있던 세상이 있고,
잃었던 길이 있다.

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을 보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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