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색
2025년 11월 13일.
아직도 그날의 자연이 잊히지 않는다.
수능 고사장으로 향하는 아들의 뒷모습은 유난히 작고 초라해 보였다. 재수가 흔한 시대라고들 하지만, 부모의 마음은 다르다. 한 번의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한 아이가 이번에는 한 번에 끝내고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날 아침,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과 긴장, 기대와 간절함이 뒤엉켜 있었다.
아들이 고사장 안으로 들어간 뒤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그러다 무심한 듯 고사장 주변의 언덕을 올랐다. 언덕에 올라서니 아들이 들어간 학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수많은 교실 가운데 어느 한 곳에 내 아이가 앉아 있다는 생각에 눈길이 자꾸 그곳에 머물렀다.
얼마나 지났을까.
전화가 울렸다. “교실 들어왔어. 이제 연락 안 돼.”
짧은 한마디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더 막막해졌다. 이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문제를 대신 풀어줄 수도 없고, 떨리는 마음을 대신 안아줄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그 학교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한참을 고사장만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먼 나무들 사이로 희미한 빛줄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흐린 잿빛 하늘을 조금씩 밀어내며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주 가느다란 빛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빛은 점점 선명해졌고,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세상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았다. 부디 이 아이의 고된 시간이 오늘로 끝나게 해달라고.
부디 삼수생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한 해가 이 아이에게 오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부디 지금까지 견뎌온 시간들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이것이 그날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