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청색
수평선 앞에 서면 두 존재의 경계는 흐려진다.
하늘은 바다의 푸름을 훔친 듯하다. 그러면 바다는 이에 지지 않으려고 푸른 것 같은 담청의 빛을 내뿜는다. 서로를 닮은 것 같지만 각자 자기만의 색을 표현한다. 마치 서로를 질투하듯. 나는 거대하고 웅장하고 신비로운 자연 앞에서 표현할 어휘도 색채도 잃은 채 작고 작음을 느낀다. 인간의 언어가 미처 닿지 못하는 신비가 자연에 있는 것 같다.
수평선 앞에 서면 두 존재의 경계가 흐려진다. 하늘과 바다를 가르던 선은 아득해지고,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서부터 바다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두 색은 서로 닮아가면서도 결코 각자 자기만의 색을 내뿜는다.
하늘은 하늘의 방식으로 푸르고, 바다는 바다만의 방식으로 푸르다. 서로를 닮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빛을 놓지 않는 모습이 어쩌면 질투하는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앞에 선 나는 이상할 만큼 작아진다.
거대한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작고 사소하게 느껴진다.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나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설명하려는 순간, 내 안의 언어는 자꾸만 부족해진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고, 웅장하다는 말로도 모자라다. 신비롭다는 표현조차 자연의 깊이에 비하면 너무 작게 느껴진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빛을 어떤 색의 이름으로 불러야 할지, 가슴속에 밀려오는 감정을 어떤 문장으로 담아야 할지 알 수 없다. 결국 나는 말없이 바라볼 뿐이다.
어쩌면 자연의 신비란 참.
우리가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경외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말로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설명할 수 없어서 침묵하고, 표현할 수 없어서 마음으로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