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보라야,
너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제 너만 바라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야.
어쩌면 더 좋은 변화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남들이 특별하다고 여기며 한 걸음 물러서는 것들에 끌렸고, 성인이 된 뒤에는 너에게 더욱 집착하며 다른 색들을 외면했지.
그러다 지난해, 색색의 풍선으로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색만 골라 사용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단다.
마지못해 평소 싫어하던 색들을 하나둘 곁에 놓아보았는데, 뜻밖에도 그 색들이 어우러지면서 훨씬 아름다운 장면이 만들어지더라.
그 경험은 색을 바라보는 나의 편견과 인식을 바꾸어놓았어.
이제 나는 너를 덜 사랑하는 게 아니야.
그저 다른 색들도 너만큼 좋아하게 된 거야.
특히 한때 가장 싫어했던 검은색이 너와 놀라울 만큼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생각해보면 나는 오랫동안 가장 좋아하는 하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것들을 밀어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알아.
하나의 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색만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색들과 함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드러나는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을.
결국 나는 특정한 색에 대한 집착을 넘어, 서로 다른 것들이 함께 있을 때 만들어내는 다양성과 조화의 가치를 이해하게 되었단다.
그러니 연보라야, 미안해하지 않을게.
너를 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너와 함께 사랑할 수 있는 색이 많아졌으니까.